[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유럽의 대표적인 농업 국가인 스페인이 스마트농업 육성에 나섰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홍수로 최근 주요 생산물인 올리브와 채소 등 생산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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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지피티) |
2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최근 스마트농업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유럽연합 회복기금(NextGenerationEU)을 활용한 ‘물순환 디지털화 PERTE(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사업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총 19억 4000만 유로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농업용수, 도시 상수도, 산업용수 등 물 사용 전반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관개 분야에서의 수분·토양 센서, 스마트 계량기, 자동 관개 시스템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자원 관리기관과 하천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에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 넓은 경작지와 다양한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주요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채소와 과일, 올리브 오일, 와인 등에서 높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와 함께 유럽 내 채소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면서, 스페인의 농업은 유럽 식량 공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농업 생산 직격탄…올리브 수확 10%↓
이같은 스페인이 스마트농업 육서에 나선 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저수율 급락으로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민 1인당 하루 200리터의 물 사용 제한과 함께 농업용수 공급을 최대 80%까지 축소했다.
물 부족 현상으로 밀, 보리 등의 곡물 수확량은 전년 대비 20~30% 감소했고, 올리브 수확도 최소 10% 줄어드는 등 주요 작물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2024 시즌 올리브오일 생산량은 최근 4년 평균 대비 약 34% 낮은 수준으로 추산돼, 국제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집중호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렌시아 지역에는 국지성 집중호우(DANA)로 하루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약 4만 7000㏊(헥타르)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 감귤, 감, 포도, 아몬드 등 주요 작물이 피해를 봤다. 관개시설 파손 등 인프라 손실까지 포함한 농업 부문 피해액이 10억 유로 이상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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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포니카의 ‘Smart Agro 5G’ 프로젝트(사진=코트라) |
지방정부·민간서도 스마트농업 확산 투자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달루시아 주정부는 농업과 축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024년부터 ‘정밀농업 및 농축산 4.0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약 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한다. 농가와 축산업자가 센서, 자동화 장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도입할 경우 투자 비용의 최대 4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물·에너지 절감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민간 기업들도 스마트농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범 또는 상용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인 최대 통신기업인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지난해부터 톨레도주 예페스(Yepes)에 있는 포도원에서 ‘스마트 에그로 5G(Smart Agro 5G)’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5G 통신망과 IoT 센서, 드론, 로봇을 결합해 포도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과 더불어 관개·비료 살포 시기를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스페인은 물 부족과 이상기상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스마트농업 지원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현재 지원 중인 물관리의 디지털화, 관개 현대화, 온실 자동화, 정밀농업 장비 도입 등이 앞으로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