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김향안의 삶 그린
대학로 뮤지컬 '라흐 헤스트'
"예술가와 함께 산다는 건 정말 그런 걸까. 찰나의 햇살을 위해 기나긴 그림자를 안고 사는 걸까."(변동림)
시인 이상의 아내 변동림이 화가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을 바라보며 예술가와 함께 산다는 건 어떠한 것인지 노래를 부른다. 인생의 여러 선택의 순간에서 예술과 사랑을 통해 그가 어떻게 변화했고 성장했는지, 어떻게 자신과 마주하며 아픔을 극복했는지 보여준다. 이에 관객은 깊은 위로와 희망의 에너지를 받는다.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두 남자를 사랑하고 함께 살았던 김향안(1916~2004·본명 변동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랑으로 예술을 완성한 김향안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뮤지컬 '라흐 헤스트'가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프랑스어로 '예술은 남다'라는 뜻으로, 김향안이 남긴 글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에서 따왔다. 김향안은 예술을 사랑하는 후원자였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을 오가며 미술평론가 겸 서양화가로 활동했다.
이 작품은 김향안의 인생을 두 가지 시간 축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한 명의 여배우(홍지희·김주연·김이후)가 '천재 시인' 이상과 만나고 사별했던 변동림의 삶을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주고, 다른 여배우(이지숙·최수진·김려원)는 '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과 만나고 재혼한 김향안의 삶을 시간의 역순으로 거슬러가도록 대비시킨다. 다른 시공간에 놓인 한 명의 인물을 두 여배우가 한 무대에서 연기한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연출이지만, 결국 두 여배우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한 명의 인물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파스텔톤 핑크빛 조명과 영상 디자인을 통해 무대 미학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김환기의 점·선·면의 미학과 이상의 시적 감성을 무대 위에 섬세하게 녹여냈다.
초연 이래 해외 진출을 위해 꾸준히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뉴욕에서 리딩 쇼케이스를, 일본 도쿄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진행했다. 올해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6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