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14〉트럼프 대통령이 꿈꾸는 세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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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인과관계의 고리를 만드는 '연속'의 과정이다. 증기기관이 있기에 기차가 있고 기차가 있기에 철도가 있다. 미국이 있기에 공화당이 있고 공화당이 있기에 트럼프가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원인을 찾고 납득이 돼야 믿는다. 인류 문명을 밝힌 불은 어떨까. '불연속'의 생성이다. 누군가에겐 공포를 주었지만 누군가에겐 활용대상이 됐다. 나뭇가지 등 인위적 마찰을 통해 불을 만들었다. 음식을 덥히고 적과 짐승을 쫓았다. 새로운 불의 용도는 과거에 없었기에 인과관계에 구속받지 않는다. 기득권의 저항도 없다. 강력한 가치를 창조했다. 지금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인과가 지배하는 '연속'의 힘과 인과를 벗어난 '불연속'의 힘이 대결한다. 불연속의 힘은 과거에 빚이 없으니 걸림돌이 없다. 위험보다 가치를 알아본 사람만 문명과 미래를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가. 오래된 집의 낡은 가구에서 툭하고 튀어나온 못을 보는 것 같다. 정상적인 지도자일까. 인과를 벗어났다. 기득권에 구속되지 않는다.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과 다르고 기존의 미국과 다르다. 과거에 없던 놀라운 미래를 내놓기도 하고 더 오래된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어떤가. 관세인상을 무기삼아 동맹국까지 위협해 무역조건을 개선한다.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확보하고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등 서반구 지배권을 강화한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가지겠다고 한다. 그가 꿈꾸는 '다시 위대한 미국'은 뭘까. 외국, 테러단체, 마약카르텔의 위협이 없는 국가다. 경제성장과 분배를 통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국가다. 문제도 있다. 병든 미국을 치료한다며 오랫동안 지켜왔던 신뢰자산을 버렸다. 관세인상률과 시기 등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는다. 기업이 거래하듯 국가를 운영한다. 불법이민 단속 등 집행에서 인권을 저버렸다. 동맹국과 국민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기업의 대표처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에 이익인지 여부만이 정책의 수립과 집행기준이다. 화려한 비즈니스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거대한 국가기업'으로 만들려는 것일까.

기업은 법률에 의해 사람취급을 받는다. 영리활동을 하고 재산과 권리를 가진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다. 임직원을 고용해 일을 맡기고 주주에게 이익을 배분한다. 기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중세시대 십자군 등 전쟁으로 지중해 교역로가 막히면서 대서양 항로를 개발했다. 먼 바다를 돌아가니 자연재해, 군사위험이 컸다. 거액의 돈이 필요하고 위험을 나눠야 했다. 많은 주주를 모아 선박, 인력 등 투자를 했다. 해외무역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주주에게 배당했다. 주주는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한 자금만 잃었다. 청렴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좋은 기업이 아니다. 이익에 집착하면 파렴치한 일이나 법을 위반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정책은 국가 차원에선 신뢰를 잃지만 기업 차원에선 전략적일 수 있다. 먼 미래를 본다면 미국은 거대한 기업국가가 되거나 국가, 기업들의 플랫폼이 될지 모른다. 팔란티어, 스페이스X 등 기업은 미국의 재정, 국방 등 분야에서 거뜬히 맡은 일을 해내고 있다. 고객수, 주주수, 매출액, 운영비 등을 보면 어떤 기업은 국가를 넘어선다. 미국을 기업처럼 운영하면 짧은 기간에도 경제성장률 등 통계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세계인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다. 믿을 수 없는 거래처를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업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규칙을 세우고 집행했다. 미국의 국방, 경제력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미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사라지면 세계는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다. 미국은 과연 패권국의 자격이 있는가. 미국이 닮아야 할 위대한 기업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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