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더불어민주당이 '굿캅·배드캅 플레이'로 단일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관련 이슈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현장에서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며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반면, 민주당은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로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경기 포천·연천에 이어 2일 강원 철원을 방문해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시민들과 만나 "경제가 나빠진 것은 정치를 못 하기 때문이고, 정치가 잘못된 것은 정치인들이 잘못됐기 때문이며, 정치인들이 잘못된 것은 잘못된 정치인들이 뽑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과 내 삶이 통째로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전통시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꺼내 튀김 등을 사서 먹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긴다", "이재명 대통령", "힘내세요" 등이라고 외치며 이 후보를 응원했다. 한 시민은 이 후보를 만나자 끌어안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여러분이 세상의 주인입니다"라고 화답했다.
한 시민이 철원 옥수수가 유명하다며 이 후보에게 옥수수를 건네자, 이 후보가 "이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릴 수 있다"고 웃으며 완곡히 사양하는 일도 있었다.
이 후보는 오후에는 강원 화천·인제·고성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후 연휴가 시작되는 3일 강원 속초·양양 등 '동해안 벨트', 4일 경북 영주·예천 및 충북 단양·영월 등 '단양팔경 벨트'로 이동하며 경청투어를 이어간다. 5일에는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대법원 파기환송과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대법원 이슈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이 대표와 달리, 민주당은 이날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는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사법부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 후보에 대해 판결을 하며 대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고 규정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을 탄핵하자는 날 선 주장까지 나왔다. 정진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한)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적었다.
전날 김병기 의원은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이것들 봐라? 한 달만 기다려라"고 썼다가 삭제했다. 한민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12·3 친위 군사 쿠데타에 이어 5·1 사법 쿠데타가 발생했다.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썼다.
민주당은 대법원을 향한 비판과 병행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한 헌법 84조의 적용과 관련한 입법에도 나섰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형사재판이 계속될지에 대해 헌법 84조의 해석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형사재판 절차도 정지되도록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착수한 것이다.
그간 이재명 체제 하에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간 갈등이 격화됐을 때도, 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 등에서도 민주당의 '굿캅·배드캅 플레이'가 이따금 주목받은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