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지정학적 위기 맞서 시장질서 지키는게 내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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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지정학적 위기 맞서 시장질서 지키는게 내 소명"

유럽 최대 투자은행(IB) UBS의 한국 대표 출신으로 2015년 한국신용평가 수장을 맡은 이재홍 대표(사진)가 지난 28일 퇴임했다. 그는 만년 2~3위에 머물던 한신평을 신용평가업계 최정상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이 대표 취임 당시 한신평은 매출, 수익성, 평판 등에서 업계 2~3위권이었다. 이 기관은 1985년 국내 첫 신평사로 출범해 2001년 세계 최대 신평사인 미국 무디스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문제는 30년간 이어온 연공 서열 중심의 보신주의 문화였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초기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를 분석하는 날카로운 신평사의 눈으로 우리 내부를 돌아보자’며 여러 소그룹을 만들어 기업문화 개선 방안을 토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직원 스스로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려는 시도였다.

첫 난관은 노동조합의 파업 추진이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 대표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급제를 도입하려고 하자, 노조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노조는 이 대표가 노사관계에 민감한 글로벌 본사(무디스)의 눈치를 살피느라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 쉽게 양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달랐다. 노사 양측은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절차까지 갔다. 위원회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보고 파업 불가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한차례 갈등을 겪은 후 노사 관계가 건설적으로 바뀌었다”며 “성과주의가 정착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2021년부터 5년 연속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신평사 역량평가에서 1위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도 타사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 역시 글로벌 계열사 중 가장 훌륭한 변화 경영 사례로 한신평을 꼽았다. 이 대표는 신평사 대표로선 이례적으로 글로벌 IB 출신이다. 그는 JP모건, UBS 한국 대표로 33년간 IB업계에 종사하며 삼성중공업과 스웨덴 볼보 간 건설기계 사업부 인수합병(M&A),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의 제일은행 인수,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 등을 성사시키며 ‘딜 메이커’로 활약했다.

그는 “인생의 전반전에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의 ‘공격수’ 역할을 했다면, 후반전 땐 신용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수비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신평 대표로서 보낸 시간은 유례없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었다”며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급변하는 트럼프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냉철하게 신용 리스크를 관리하며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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