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하와이로 향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7일 귀국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 후 지난달 10일 하와이로 떠난지 한 달여 만이다.
홍 전 시장은 하와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왔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된 ‘하와이 특사단’이 파견돼 달래기에 나섰을 정도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 잔 나누자”고 했을 정도로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러브콜이 이어졌던 만큼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홍 전 시장이 돌아오면 보수정은 어떻게 될 것 같나’란 진행자 물음에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진영을 재건하는데 홍 전 시장이 크고 많은 역할을 했다”며 “2025년 탄핵 이후 지금 보수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정말 큰 위험이 닥쳤다. 그때 마음으로 돌아가신다면 홍 전 시장이 보수를 다시 살리는 데 그 마음을 나중엔 보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이준석 의원이 개혁신당이란 당을 갖고 있는데 또 다른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얘긴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홍 전 시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선 과정에서 이 의원을 향해 홍 전 시장이 각별한 지지를 보냈던 만큼 이 의원과의 새로운 보수 진영 구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명 청원이 57만명에 달한 이 의원의 구원투수로 홍 전 시장이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지지자 소통 채널인 ‘청년의 꿈’에서 “(정계에 복귀한다면) 홍카(홍 전 시장) 중심의 신당이었으면 한다”는 게시글에 “알겠습니다”라고 답해 이를 두고 홍 전 시장이 직접적인 창당이 아니더라도 정계 개편 국면에서 신당 등을 통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도 전일 브리핑에서 “홍 전 시장과는 (하와이에) 가기 전부터 여러 차례 소통했고, 현지에 있을 때도 메신저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통했다”며 “어떤 고민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정치 활동을 하게 될지 한번 뵙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회동 이상의 결과물에 대해 보수진영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강 의원을 비롯해 전일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역시 둘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서 홍 전 시장에 대해 “정계 은퇴한다면서 (홍 전 시장이) 미국으로 가 빨간 옷 입었다, 파란 옷 입었다 했다. 보기가 너무 부끄럽다”고 비판한 뒤 “보수는 이미 홍준표를 잊어 버렸기에 지금 돌아와 아무리 변명해도 설 자리가 없다”고 직격했다.
‘홍 전 시장으로선 섭섭한 구석이 있지 않겠나’란 진행자 물음엔 “정치를 오래했기에 그것까지 간파하고 했어야 했다”며 “지고 난 다음 그냥 떠나면 되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돌아와 이준석과 손을 잡느니 신당을 창당하니 하는데 (신당에) 갈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홍 전 시장에게 정치적 자산이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은 오른쪽(우파) 자산은 맞다. 이번 대선을 통해 8% 득표라는 대단한 자산과 구설·설화는 본인 수양의 문제란 대단히 정치적인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성장한 이 의원이 홍 전 시장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홍 전 시장은 귀국 직전에도 국내 지지자들과 활발한 소통 및 의견 개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전일 ‘청년의 꿈’에 “이번 선거는 대통령으로서 도덕성, 청렴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국정운영 능력만 본 선거”라며 “윤석열에게 데인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을 보면 ‘매치 매치바’란 과자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고도 했다. 매치 매치바는 1982년 해태제과에서 출시된 스낵으로 “못생겨도 맛은 좋아”란 광고 카피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국정 정상화와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은 상황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빅아일랜드에서의 한 달 동안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국민에게 지은 죄를 속죄하고 앞으로 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소외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