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적을 따져보면 나이키의 침몰과 대비되는 아디다스의 부활이 더 돋보이는데요. 불과 3년 전만 해도 적자 늪에 빠져 위태로웠던 아디다스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디다스 부활을 이끈 비외른 굴덴(Bjørn Gulden) CEO의 리더십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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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6만명에 전화번호 준 CEO
베스트셀러 이지(Yeezy) 시리즈가 래퍼 칸예 웨스트(예)의 혐오 발언으로 인해 갑자기 12억 유로(약 2조원)짜리 악성 재고로 돌변했습니다. 실적은 고꾸라졌고 주가는 폭락했고 CEO까지 교체됐죠. 사태 수습을 위해 경쟁사 푸마의 CEO였던 비외른 굴덴을 영입한 2023년 초, 아디다스는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굴덴 CEO가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첫번째 타운홀 미팅에서 꺼내든 무기는 솔직함. 그는 민감한 재무 데이터는 물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전체 직원 6만명한테 공개해버렸죠. “직원들은 리더십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편안하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어야죠. 저는 매주 수백 건의 문자 메시지와 왓츠앱 메시지를 받아요.”
‘중티다스’가 이룬 반전
“이 업계엔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합니다. 수직적 계층 구조 없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죠. 하나의 보고라인과 명확히 정의된 규칙에 의존하는 건 이 업계, 소비재 산업과 맞지 않아요.” (2023년 9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국 인터뷰)16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해야 경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인인 굴덴 CEO는 독일 본사가 결정권을 틀어쥐는 중앙집중화된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조직을 매트릭스(Matrix)식으로 뜯어고쳤어요. 이 과정에서 여러 고위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죠. 이제 굴덴 CEO는 영업 및 브랜딩 총괄까지 겸임합니다.
이를 두고 초기엔 “1980년대 경영 스타일”이란 비판이 나왔는데요. 부서장이 중간 계층 없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의사결정은 한층 빨라졌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독일 이외 사업장의 경영 자율성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거죠.
이런 현지화 전략은 아디다스 반전의 열쇠가 됐습니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으로 2022년 감소세를 보였던 아디다스의 중국 매출은 2023년부터 반등에 성공했고요. 이젠 중국이 아디다스 부활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죠. 올해 1분기에도 아디다스 중화권 매출은 17%나 증가했는데요(환율 영향 제거 기준).
경쟁사 나이키와 가장 대조적인 부분이죠. 나이키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할인을 남발하며 재고 밀어내기에 급급했고요. 그 결과 프리미엄 이미지마저 잃어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나이키의 최근 3개월 중화권 매출은 전년보다 17%나 급감하면서, 중국이 갈길 바쁜 나이키의 발목을 잡는 늪이 되어버렸죠.
스포츠 명가의 헤게모니 복원
사실 2020년대 초, 아디다스는 나이키와 비슷한 실책을 범했습니다. 잘 팔리는 일상용 스니커즈(아디다스는 이지, 나이키는 덩크) 판매에 집중하느라, 러닝화 분야에선 혁신이 멈췄던 거죠. 특히 아디다스는 2010년대 후반 울트라부스트(UltraBoost)의 폭발적인 성공에 안주하다가 엘리트 러닝화 시장의 주도권을 경쟁사들에 빼앗기고 말았는데요.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러닝 붐은 빠르게 커져 갔고요. 이 틈을 타 호카나 온러닝 같은 신생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죠.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굴덴 CEO는 다시 아디다스의 우선순위를 ‘스포츠’로 돌려놨습니다. 스포츠라는 단단한 뿌리가 있어야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그 스포츠 중에서도 핵심은 러닝과 축구였죠.

축구에 진심인 굴덴 CEO는 취임 후 직접 축구 명문구단과의 파트너십을 챙겼는데요. 애스턴 빌라, 셀틱, 뉴캐슬,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호날두가 소속된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 등이 새롭게 아디다스와 손을 잡았고요. 2025년엔 나이키의 가장 큰 축구 고객이던 리버풀FC까지 탈환했죠.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아디다스는 나이키(12개 팀)보다 많은 14개 국가 대표팀 유니폼에 로고를 새겼는데요. 2022년 월드컵(아디다스 7개, 나이키 13개팀) 때와 비교하면 축구 명가 아디다스의 부활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트렌드란 늘 변화하기 마련이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만만찮습니다. 지금 잘나간다고 해서 앞날이 탄탄대로라는 보장은 없죠.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준비가 되었고요. 그 민첩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아직까지 헤매고 있는 나이키와는 다른 점이죠.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7월 10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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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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