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사별 후 새로운 인연 찾는다…로테이션 소개팅 몰린 5060

3 days ago 21

지난 5월 시니어 대상 모임 플랫폼 ‘시놀’이 개최한 중장년층 로테이션 소개팅. 시놀 제공

지난 5월 시니어 대상 모임 플랫폼 ‘시놀’이 개최한 중장년층 로테이션 소개팅. 시놀 제공
“이혼 후 집과 직장만 오가니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가족 구성원이나 회사 내 직함이 아닌 ‘나’로 지낼 수 있어요.” (50대 김모 씨)

“돌싱(돌아온 싱글)인데 소개는 부담되고 가볍게 인연을 만나보고 싶어요.” (60대 최모 씨)

최근 중장년층 사이 ‘모임’과 ‘연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가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부상하면서 2030세대가 주축을 이뤘던 로테이션 소개팅도 5060세대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일정 시간마다 앉은 자리를 옮기면서 이성과 짧게 대화를 나누는 단체 소개팅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닉네임 명찰을 착용한 채 “좋은 친구를 만나려는 마음으로 충남 천안에서 왔다”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 등 각자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이마로 풍선 잡고 터트리기’ ‘1980~90년대 노래 맞추기’ 등 게임으로 어색함을 풀었다.

일대일 대화에서는 “자녀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사별한 지 얼마나 됐느냐” 등의 대화가 오갔다. 2030세대의 로테이션 소개팅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연금저축 등 서로의 노후 준비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50대부터 가입이 가능한 시니어 대상 모임 플랫폼 ‘시놀’에 따르면 2023년 12월 약 2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올해 7월 기준 약 11만 명으로 늘었다.

시놀은 한 달에 한 번 로테이션 소개팅을 진행한다. 김민지 시놀 대표에 따르면 자기소개 시간에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지 못해 또 왔다’고 하는 참가자도 꽤 있다. 김 대표는 “이 연령대에 여러 명을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이런 자리 자체를 즐거워하신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시니어 대상 모임 플랫폼 ‘시놀’이 개최한 중장년층 로테이션 소개팅. 시놀 제공

지난 5월 시니어 대상 모임 플랫폼 ‘시놀’이 개최한 중장년층 로테이션 소개팅. 시놀 제공
혼자 사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기대수명도 길어지면서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 가운데 5060세대 남성의 비율이 34.2%, 같은 세대 여성의 비율이 31.3%다.

김 대표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5060세대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장노년층의 연애나 재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한국 사회의 첫 개인주의 세대’라고 불리는 X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사회 현상으로도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50대를 X세대라고 볼 수 있는데, X세대는 자기표현을 중요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한 것 같다. 이 같은 세대의 정체성이 반영됐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만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구 교수는 “과거에는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고 본다”며 “온라인을 통한 모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했다.

중장년층 간 지속적인 만남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짚었다. 구 교수는 “혼자 고립되지 않고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회에 활력을 주는 것”이라며 “(만남을 갖는 중장년층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회적 신뢰나 사회적 자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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