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폭언·감시 상습학대
1심서 아동학대살해 유죄 뒤
2심서 ‘진범은 친형’ 드러나
法 “형 폭행도 피고인 때문”
지난해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계부에게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계부가 의붓아들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피해자의 친형이 폭행했고 계부가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 및 상습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해 5월 확정했다.
당초 A씨는 의붓아들 B군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B군이 사망한 직접 원인은 A씨의 묵인 하에 피해자를 폭행한 친형 때문이라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 아동학대살인죄는 무죄로 뒤집혔다.
A씨는 B군이 평소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고, 학교에서의 생활이 불성실하며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학대를 일삼았다. 두 아들의 식단을 통제하거나 욕설·폭언을 하고, 홈캠(가정용 CCTV)으로 감시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1월 31일 오후 A씨는 B군의 뒤통수를 때리며 훈계한 뒤, 16살인 첫째 의붓아들에게 B군을 훈계하라고 지시했다. 첫째 아들은 동생을 훈계하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가슴, 배, 허리, 팔다리 등을 걷어 차고 밟았다.
A씨는 이 폭행 행위를 목격했으면서도 방치했다. 오히려 첫째 아들의 폭행이 끝나자 B군의 일으켜 세워 뒤통수를 때리고 계속 훈계를 이어갔다. B군은 두통을 호소했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같은 날 저녁 복강내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A씨의 지시와 묵인 하에 친형의 폭행으로 B군이 사망했지만, 검찰은 A씨를 아동학대살해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첫째 아들을 감싸 자신이 B군을 사망케 했다고 허위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A씨가 훈계 중에 B군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첫째 아들은 ‘너도 밟아라’라는 계부의 지시에 마지못해 따랐다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진술했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2심이 진행되던 중 A씨는 ‘사건의 진범은 B군의 친형’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그는 “아들의 장래를 염려해 대신 책임지기로 마음먹었고, 그릇된 부성애로 인해 허위 자백했다”고 했다.
2심은 이를 인정해 A씨의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살해의 고의가 없이 폭행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치사)가 인정됐다. 평소 B군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폭언했다고 2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상습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B군의 형은 사건 직후 경찰조사에서 ‘내가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나는 때리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사건 직후 큰아버지에게 ‘제가 (동생을) 많이 때렸다’고 말한 녹음도 유무죄 판단 변경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형은 사건 당일 내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 피고인의 앞선 폭행, 자신에 대한 반복적인 지시와 훈육 속에서 참지 못하고 돌발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해 정신적 압박감을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형의 폭행도 모두 피고인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검사와 A씨 모두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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