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노인이 대학서 산다"…한국서도 도입된다는 '이것'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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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8 07:00 수정2025.05.08 07:00

싱가포르 캄풍 애드미럴티 /WHOA 건축사무소

싱가포르 캄풍 애드미럴티 /WHOA 건축사무소

‘시니어 레지던스’는 주거·가사·건강·여가 서비스가 결합한 고령자 친화적 주거 시설을 뜻한다. △실버타운(고소득층 민간 노인복지주택) △실버스테이(중산층 민간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다른 식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 △연속 돌봄 은퇴자 주거단지 △대학 연계 은퇴자 주거단지 등이 요즘 자주 거론된다.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는 노인과 젊은 세대가 함께 거주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설계된 곳이다. 은퇴한 시니어가 자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충족시켜 준다. 노인끼리만 있는 시설에 답답함과 거부감을 느끼는 액티브 시니어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싱가포르 캄풍 애드미럴티 단면도 /WHOA 건축사무소

싱가포르 캄풍 애드미럴티 단면도 /WHOA 건축사무소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캄풍 애드미럴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11층짜리 건물에 고령층 100가구가 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많이 사는 10여 개 공공주택 단지 사이에 자리 잡아 은퇴한 부모와 아이를 키우는 자녀가 한동네에 살기 좋다. 건물 자체도 노인뿐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채워져 있다. 푸드 코트, 병의원, 어린이집, 약국 등이다.

네덜란드에는 ‘후마니타스’가 있다. 2012년 생긴 노인을 위한 양로원이다. 대학생 6명에게 무료 주거를 제공한다. 청년들은 매주 30시간을 노인 거주자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덕분에 양로원은 활기가 넘치고 세대 교류의 장이 된다. 노인도, 청년도 이곳에 입주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네덜란드 후마니타스 /후마니타스 페이스북 페이지

네덜란드 후마니타스 /후마니타스 페이스북 페이지

국내에서도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대우건설과 엠디엠플러스가 경기 의왕시에 짓는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이 그런 예다. 단지는 만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하이엔드 임대형 실버타운 536가구와 분양형 오피스텔 842실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연령 제한 없이 분양받을 수 있어 자녀 세대가 함께 단지 내에 거주할 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에 세대 공존형 시니어타운을 짓는다. 300~500가구 규모의 시니어타운과 공동주택 1000가구 규모다. 같은 단지 안에서 자녀 세대는 아파트 거주, 고령 세대는 시니어타운에 거주할 수 있다.

'연속 돌봄 은퇴자 주거단지'(CCRC·Continuing Caring Retirement Community)는 독립적인 주거 시설, 식사 등이 제공되는 생활 지원 주거 시설, 요양 병원, 호스피스까지 은퇴 이후의 생애 주기별 서비스와 시설이 한데 모여 있는 커뮤니티를 이른다. 미국에서 보편화돼 현재 미국 전역에 약 2000개가 있다. 자신에게 익숙한 지역에서 나이 들어가며 생활할 수 있고, 나중에 돌봄과 의료 서비스 필요할 경우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1960년 미국 애리조나주 ‘썬시티’는 미국 최초의 은퇴자 마을이다. 가족 중 1명 이상이 55세 이상이어야 하고, 19세 미만은 포함돼 있으면 안 된다. 현재 4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신체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다. 다양한 편의 시설과 프로그램, 커뮤니티가 있다. 마을 중심부에는 노인 전문 병원이 있다.

2022년 미국 뉴저지주에 조성된 ‘스라이브 몬트베일’도 있다. 203가구가 살고 있다. 55세 이상이 입주할 수 있다. 신체 활동별 자유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건강한 시니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노인은 보조를 받는다. 치매 같은 환자를 돌봐주는 시설도 있다. 한 달 평균 비용이 8000달러에 이르지만 입주율이 93%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

'대학 연계 은퇴자 주거단지'(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라는 것도 있다. 대학과 연계해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안이나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평생 교육, 건강 관리, 사회 참여 활동 등을 받는다. 미국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지금은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 새로운 교육 수요 창출로 재정적 도움을 주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점이 있다. 기존 노인 주택과 달리 평생 학습, 세대 간 교류, 건강 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능동적이고 재력 있는 액티브 시니어에 적합하다.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 정원과 거주 시설 /메도우드 홈페이지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 정원과 거주 시설 /메도우드 홈페이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이 1982년 만든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그런 예다. 자립형 주거 기설, 단기 재활 센터, 전문 요양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대학의 교육학과, 보건학과, 체육학과 등에 개설된 실습, 인턴십 프로그램을 입주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또 입주자들은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개설된 수업에 참여하고, 동호회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

일본에는 쓰루시 쓰루대가 2020년 만든 ‘평생 활약 마을’이 있다. 도쿄 도심에서 약 90㎞ 떨어진 곳으로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가진 일본 은퇴자가 모여들고 있다. 대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대학병원을 통해 의료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지방 대학 위주로 UBRC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부산 동명대가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600가구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 인근 부지를 활용한다. 부산 최대 상권인 서면과도 멀지 않아 시니어들이 쇼핑·문화 생활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대학은 입주자를 위해 다양한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학에 레저·승마학과도 신설해 은퇴자 위주로 모집할 계획이다. 반려동물학과나 언어청각재활학과 등 은퇴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도 운영하고 있다.

광주 조선대도 700가구 규모의 UBR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조선대병원 인근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개인 주치의 제도를 제공한다. 동명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동명대 UBRC와 교류할 수 있다. 강원 원주시 상지대 등도 UBRC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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