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부의 가치나 투자 목적으로만 생각하고 문화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은 요원합니다.”
송준호 인덕대 건축학교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파트 위주의 기능성과 효율성이 건물의 완성도나 예술성보다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프리츠커상을 빛낸 현대 건축가'라는 주제의 발표를 한 송 교수를 만났다. 송 교수는 같은 제목의 책을 낸 전문가다.
송 교수는 프리츠커상을 받는 건축가를 배출하기 위해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리츠커상은 '건축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이다. 1979년부터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수상자로 선정한다. 특정 건축물이 아닌 건축가의 건축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까지 23개국 54명이 수상했지만, 한국은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프리츠커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일본이다. 지금까지 8번, 공동수상자를 포함해 9명이 영예를 얻었다. 중국도 2번 2명이 수상했다. 송 교수는 “건축가를 기능인 취급하고 전문성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프리츠커상은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츠커상을 받도록 연수비를 지원하는 식의 사업이다. 송 교수는 “청년 건축가 몇 명을 선발해 몇 달간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우수한 건축가가 양성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제도의 문제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턴키제(설계·시공 일괄입찰), 최저가 입찰제에서는 예술성보다는 경제성, 즉 비용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경직되고 폐쇄적인 분위기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에만 중점을 두지, 창의성을 가진 건축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프리츠커상뿐 아니라 한국의 건축 발전을 위해 일본의 성숙한 건축문화를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건축을 문화로 인식하고 서양의 문화를 재해석해 일본만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정부도 해외 전시를 주최하고 외부 인사를 초청하는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건축가의 다양한 시도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도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문화로 젊은 건축가가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 지진과 자연재해가 많아 이에 대해 건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다. 송 교수는 “일본의 건축문화와 젊은 건축가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건축 잡지도 발전돼 있다”며 “지역 개발의 주체가 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라 지역 전문 건축가와 주민이라는 점도 되새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프리츠커상을 받는 건축 사조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전까지는 형태주의, 신공업주의 등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후로는 지역주의, 친환경주의, 사회적 건축 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