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수억대 성과급 파장
HD현대重-LG유플러스-기아 등도
노조 교섭안에 ‘영업익 30%’ 포함
일부 “AI 도입땐 노조와 협의” 요구도

하지만 이미 성과급 배분은 올해 노동계 ‘하투(夏鬪)’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가 수억 원대 성과급을 연이어 지급하고, 삼성전자도 노조의 투쟁 끝에 영업이익 일부를 최대 수억 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익 배분 요구’는 노동계에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것. 과거 노조의 요구가 임금인상 및 복지 향상 등 근로자 처우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이익 나누기’로 쟁의의 목적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영업이익도, 배당금도 나눠 달라”
경총은 31일 회원사에 전달한 권고문에서 경영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금 및 단체협약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실제로 올해 2월 대법원은 SK하이닉스 퇴직자가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경영성과금이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경영 상황 변화에 따라 지급 유무나 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는 데다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근로의 양이나 질에 대응하는 대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경총의 권고문은 경영계의 하투를 앞둔 가이드라인일 뿐, 성과급 투쟁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달 20일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 노조가 모두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했고, 28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해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 재원으로 덜어내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포함해 영업익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의 보상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 투쟁 목적 바꾼 노란봉투법
경영계는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이 노조의 교섭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본다. 노봉법에 따라 ‘근로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상 결정’으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이익 배분’을 넘어 자회사 노조가 모회사의 경영판단에 반대하는 등 교섭의 스펙트럼이 급격히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램프 사업부를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부와 관련된 자회사 직원들에게는 평균 1인당 1억 원가량의 위로금 등을 지급했다. 하지만 자회사 일부 노조는 램프 사업부 매각에 반대한다며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원청이 교섭에 나서라며 집회를 벌였다. 최근 노사 대화가 진전되며 자회사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모비스는 자회사를 위해 램프사업부 인수사와 차량 구매 할인 혜택 등 복지 대책을 직접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포스코 노조는 회사가 하청기업 직원 7000여 명을 직고용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정직원에게 돌아오던 인건비나 수당, 혜택 등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그 외에도 주택자금 대출이나 노조와의 협의 없는 인공지능(AI) 도입 반대 등 기존 노사 협상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구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현대차, 기아 등은 최근 “AI를 사업장에 도입할 때 노조와 사전 협의하라”, “로봇을 생산 라인에 투입할 때 노조의 허락을 받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주거안정 대출, 주택 대부 도입 등을 사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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