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응시자 성적, 연필 적은뒤 수정
법원은 “자녀 당사자에 책임 못물어
성적조작 안했더라도 합격권이었다”
고위직자녀 특혜채용 속속 복직할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자녀 특혜채용’ 사건과 관련해 고위 간부 자녀들의 평정표(성적표)를 조작했더라도 임용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A씨가 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임용취소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방공무원이던 A씨는 지난 2021년 한 지역 선관위의 경력경쟁채용 시험에 합격해 국가공무원 8급으로 임용됐다. 그는 임용 후 7급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3년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A씨는 임용 취소 처분을 받았다.
선관위 상임위원이었던 A씨의 아버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면접 평정표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력경쟁채용의 임용 요건인 ‘기존 소속기관의 전출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의원면직 후 임용됐다는 점도 반영됐다.
A씨는 임용 취소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처분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선관위 경력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이 평정표를 임의로 수정해 일부 응시자의 순위를 하향 조정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선관위는 면접 시작 전 내부 면접위원들에게 평정표를 사후 수정할 것으로 고려해 평정란을 연필로 작성하되, 서명란에 서명하지 말고 제출하라고 했다”며 “내부 면접위원들의 평정표 점수를 임의로 변경해 집계표를 다시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응시자 3명은 순위가 올라 임용 대상에 포함됐고, 2명은 면접 합격자였음에도 임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선관위가 A씨를 비롯한 합격자 5명 모두 소속기관으로부터 전출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2명만 그 이유로 임용하지 않는 등 채용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법원에서 인정됐다.
다만 A씨의 아버지가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경찰 수사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며 처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채용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지만 이 때문에 A씨의 채용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의 평정표 수정은 A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유가 아니고, A씨는 평정표 수정과 무관하게 면접 공동 4위로 합격권에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출동의를 받지 못한 합격자를 의원면직을 통해 임용한 전례도 있었다.
채용 과정의 문제는 A씨의 적극적인 탈법행위보다는 선관위 내부의 잘못 때문이고, A씨가 자체적으로도 합격 성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임용을 취소해 얻을 공익보다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다른 고위직 자녀들도 임용취소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낸 상태라 무더기 복직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8월 대구선관위 경력경쟁채용에서 합격한 B씨의 임용을 취소한 선관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B씨의 아버지가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임용 취소의 근거가 된 감사에 대해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감찰’의 정당성 문제를 들어 자료를 제출하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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