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시간의 마법' 가르치는 5월…'투자 경험'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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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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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가 먹으려는 핫도그 가격인 1달러를 현명하게 투자하면 50년 뒤에는 1024달러가 되어 있을 거야. 너는 지금 1000달러짜리 핫도그를 먹어야 할 만큼 배가 고프니?”

핫도그를 사달라고 하는 어린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언뜻 가혹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유명 투자가의 실화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 가문인 데이비스 가문의 수장 셸비 데이비스가 실제로 손자에게 건넨 가르침이다. 그는 워런 버핏만큼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투자의 귀재이자 막대한 부를 일군 인물이다. 돈이 없어서, 혹은 손자에게 핫도그 하나 사주는 것이 진심으로 아까워서 이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 그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시간이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운다’는 투자의 절대 진리였다. 투자 세계에서 ‘복리’라는 마법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시간의 길이이며,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자는 높은 수익률이라는 보상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손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인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시간을 투자에 활용하느냐 마느냐는 자녀의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수중의 자산이 ‘제로’인 상태와 복리의 마법을 20년 동안 경험하며 형성된 종잣돈을 가진 상태의 차이는 단순히 통장 잔고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 개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의 폭, 그리고 경제적 자유의 질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미성년자가 가입할 수 있는 투자계좌인 ‘주니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성인에게만 허용돼 있는 절세 투자계좌인 ISA의 가입을 미성년에게도 열어주고, 증여세 및 배당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의 시초인 영국은 2011년 주니어 ISA(JISA)를 도입해 미성년 자녀의 자산 형성을 돕고 있다. 영국의 주니어 ISA는 성인용 계좌보다 주식형 비중이 훨씬 높다는 특징이 있다. 부모들이 자녀 계좌를 운용할 때 10년 이상의 초장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충분히 돈을 불린 후 나중에 물려주면 될 일이지, 왜 굳이 번거롭게 미성년자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자녀 명의 투자계좌의 본질은 단순히 돈을 불린다는 차원에만 있지 않다. 미성년 자녀 명의의 투자계좌가 갖는 또 다른 강력한 효과는 ‘저축과 투자에 대한 습관 형성’이다. 미시간대 테리 프리드라인 교수의 종단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돈을 모아준 경우와 아이 명의 계좌를 만들어 돈을 모은 경우를 비교했더니,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저축을 더 많이 하는 쪽은 후자였다. ‘내 이름으로 된 계좌’를 가진 경험이 장기적인 자산 형성 습관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다.

가정에서 모의 실험을 해보는 것도 어린 자녀에게 저축과 투자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한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스스로 저축할 때 부모가 일정 비율의 금액을 얹어주는 ‘매칭 펀드’ 방식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이가 1만원을 저축하면 부모가 1만원을 더 넣어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현재의 소비 욕구를 참았을 때 미래에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 깨닫는 경험을 할 수 있다.

5월, 아이에게 현재의 즐거움을 주는 선물을 넘어 수십 년 뒤 더 큰 가치로 돌아올 ‘시간의 씨앗’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훗날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나무가 될지도 모른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오현민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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