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규모 자영업자의 전기요금 선택권을 확대한다. 한동안 한국전력공사가 더 저렴한 요금제를 자동 적용한 뒤, 이후에는 소상공인이 업종과 영업시간에 맞춰 유리한 요금제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낮 시간대로 전력 수요를 유도하기 위해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개편했지만, 저녁 영업 비중이 높은 일부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반용(갑)Ⅱ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장도 시간대별 요금제와 단일요금제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바꾸는 안을 26일 전기위원회에서 심의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반용(갑)은 주로 소상공인과 중소형 사업장이 사용하는 전기요금 체계다. 전체 약 330만호 가운데 대부분인 301만호는 ‘일반용(갑)Ⅰ’으로, 시간대 구분 없이 같은 단가를 적용받는 단일요금제를 사용한다. 나머지 약 29만호는 ‘일반용(갑)Ⅱ’다. 고압 전기를 사용하는 상가·오피스빌딩 입점 사업장 등이 많다. 이들은 시간대별 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를 달고 있어 현재 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번 보완책의 핵심은 지금까지 시간대별 요금제만 적용받던 일반용(갑)Ⅱ 사업장도 앞으로는 단일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시간대별 요금제는 전기 사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방식이다. 최근 정부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저녁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낮 시간대 전기 사용을 늘려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냉방기·전열기 등이 있 전력 사용량 자체가 큰 업종이거나 PC방, 치킨집 등 저녁 영업 비중이 큰 일부 자영업종에서는 “오히려 전기료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런 사업장을 위해 시간과 관계없이 같은 단가를 적용하는 단일요금제를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복잡한 요금제를 자영업자가 직접 계산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전이 매달 시간대별 요금제와 단일요금제를 각각 계산해 더 저렴한 쪽을 자동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은 별도 신청 없이 유리한 요금제가 자동 적용된다. 고지서에는 두 요금제를 적용했을 때의 예상 금액도 함께 표시된다. 자영업자는 이를 참고해 12월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직접 선택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전기 사용을 늘리고,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저녁·밤 시간대 사용은 줄이겠다"며 추진한 시간대별 요금제 개편의 취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산업용과 대형 일반용 고객에 대해서는 기존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낮 시간대 전기 사용을 늘리고 밤 시간대 사용을 줄인다는 정책 방향은 유지된다”면서도 “저녁 장사 비중이 높고 영업 특성상 전기사용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운 일부 업종에 한해 예외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4시간 고르게 전기를 사용하는 업종보다는 저녁 시간대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단일요금제 선택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자체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효율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7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고효율 설비 교체 등을 지원한다. 한전도 별도 재원을 활용해 LED 조명 등 고효율 기기 지원 단가를 기존보다 2배 높일 계획이다. 목욕탕·숙박업소처럼 냉난방과 온수 사용이 많은 업종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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