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수사 단계에서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범죄자로 단정해선 안 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과 교통사고 환자 진료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만큼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특정 병원의 위법 여부를 넘어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한방진료 전반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자동차보험은 환자 본인의 비용 부담이 제한적이고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피해자의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되 과잉 진료와 반복 청구를 막을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진료비는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되기 때문에 보험료 누수는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우선 한약 처방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환자별 진료 기록에 증상과 진단명, 처방 사유 등이 제대로 기재돼 있는지, 제조된 한약이 실제 환자 증상에 맞는 처방이었는지 살펴야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처방이 대량으로 반복 지급됐는지, 처방·조제·청구가 의료진의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기관 차원의 표준화된 운영 모델에 따라 이뤄졌는지도 조사해야 한다.추나요법 역시 진단 과정과 시술이 실제 필요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치료 행위가 청구된 사례는 없는지, 같은 환자에게 과도하게 시행됐는지, 진료 기록이 실제 행위와 일치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은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상담 시스템인 ‘자생 AI컨택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AI 활용과 자동 응대 시스템 도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표준화된 시스템이 한약 처방, 추나요법 실시, 반복 내원과 자동차보험금 청구를 어떤 절차를 통해 진행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환자 편의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환자 유입과 반복 진료를 유인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면 문제가 있다. 환자 중심의 혁신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핵심은 보험 재정의 투명성과 환자 안전, 의료 행위의 정당성이다. 표준화된 상품을 반복 공급하고 그 비용을 사회 전체에 전가하는 방식은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정부는 한약 처방의 환자별 근거와 원외 탕전실 운영 실태, 추나요법의 적정성, 보험금 청구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자동차보험은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특정 의료기관의 반복 수익 구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필요한 치료는 보장하되 근거 없는 처방과 반복 청구는 걸러내야 한다. 이는 모든 의료 행위에 적용돼야 할 원칙이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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