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장남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가 '정상 거래'인지 아니면 '의도적 일감 몰아주기'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회장과 홍성원 전 대표 등에 대한 1차 공판을 열고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대한 대리는 김앤장이,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에 대한 대리는 법무법인 율촌이 각각 맡는다.
정 회장은 홍 전 대표와 공모해 장남인 정대현 삼표그룹 수석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에스피네이처에 약 74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 제조에 사용되는 '분체'를 공급하는 업체다.
검찰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 회사를 통해 비계열사보다 4% 비싼 가격으로 분체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를 통해 에스피네이처는 약 67억~74억원의 이익을 얻은 반면, 삼표산업은 그만큼 손해를 입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내부거래가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조적 작업으로 규정했다. 장남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운 뒤 유상증자와 합병을 통해 그룹 내 지분 구조를 바꾸고,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 간 지분 격차를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 정도원은 장남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를 상장시켜 승계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삼표산업이 오로지 해당 회사로부터 분체를 구입하도록 했다"며 “비계열사보다 약 4%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시장 단가 대비 고가 구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피네이처의 성장으로 확보된 자금이 유상증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등 승계 구도가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회장 측은 거래 자체가 정상적이며 오히려 회사에 이익이 된 구조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해당 계약에는 물품뿐 아니라 각종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서에도 단가에 서비스가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어 비계열사 거래와 동일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장 상황도 반박 근거로 제시됐다. 변호인은 "2016~2019년 건설 호황으로 분체 공급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안정적 공급이 핵심 가치였다"며 "에스피네이처는 안정적 물량 확보와 공급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표산업은 공급 차질을 막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얻었으며, 절감액이 12억~3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법리적으로도 양측은 충돌했다. 변호인 측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 성립하려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가격 차이는 최대 4% 수준으로 해당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정한 '정상가격' 자체도 문제 삼으며 "분체 시장은 가격 편차가 큰 구조인데 평균값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한 것은 왜곡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의 직접 관여 여부도 쟁점이다. 변호인은 "구매 단가 결정은 실무·대표이사 전결 사항으로,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결정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그룹 차원의 승계 프로젝트 속에서 해당 거래 구조가 설계됐다고 보고 있어, 향후 고의성 입증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계열사 거래를 넘어 재벌 내부거래와 경영권 승계의 경계를 가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김유진/정희원 기자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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