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생명의 예술입니다. 생명력이 없는 발레는 그저 움직이는 박물관에 불과하죠. 저는 살아 숨 쉬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매번 작품을 재창조합니다. 국립발레단과 함께 최고의 ‘카멜리아 레이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계적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다음달 7일부터 11일까지 아시아 발레단 최초로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 공연을 선보인다. 노이마이어는 이야기와 감정 전달을 강조하는 장르인 ‘드라마 발레’를 발전시킨 인물이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노이마이어의 대표작 중 하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1978년 초연했다. 아름다운 미모 덕에 프랑스 파리 사교계에서 사랑받는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은 매춘부)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이 주인공이다. 이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사랑과 운명, 사회적 억압 속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주제가 녹아들어 있는 드라마 발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쇼팽의 녹턴, 발라드, 소나타를 더해 인물 사이 관계 변화와 심리 흐름을 정교하게 묘사한 공연으로 50년 가까이 전 세계 애호가에게 사랑받았다. 노이마이어는 “새로운 형태의 전막 발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구상한 작품”이라며 “현대 영화 기법처럼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여러 주인공의 시점이 합쳐져 서사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의 현역 시절 대표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강 단장은 “사랑과 희생을 발레라는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무대에서 춤추던 순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으로 카멜리아 레이디는 초연 후 47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강 단장은 “카멜리아 레이디는 노이마이어가 엄격하게 공연을 결정하기 때문에 무대에 올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작품”이라며 “노이마이어가 한국에서 공연을 연다는 사실이 한국 발레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