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1학년은 내신 1등급대가 아니면 '인(in) 서울' 대학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 과목 중 하나라도 내신 1등급을 놓치면 의학계열 합격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경쟁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내신 평가 체제를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했지만,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종로학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통계 자료와 대학별 내신 합격점수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기존 9등급제에서는 내신 1.3~1.4등급이면 의대·치대·한의대·약대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5등급제에서는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학년도 대입에서 의대·치재·한의대·약대 선발인원은 총 6498명이다. 9등급제에선 내신 1.2등급(5092명) 이내 누적 인원보다는 많고, 1.4등급(1만83명)보다는 적은 인원이다. 5등급제로 추정하면 내신 1.0등급(9585명) 인원보다 의학계열 선발인원이 적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선발 인원은 1만2103명이다. 의대·치대·한의대·약대와 SKY 대학 선발 인원을 합하면 1만8601명이다. SKY 대학 합격권이 9등급제에서는 1.6등급(누적 1만6918명)이지만, 5등급제에서는 1.2등급(누적 2만5709명)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내신 성적 역시 현행 2.8등급(누적 8만 8366명)에서 1.8등급(누적 10만 764명)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권 대학 선발인원은 8만 4632명이다.
같은 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내신 등급은 '자격 요건'이 되고, 다른 전형요소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5등급 체제에서는 1등급을 벗어날 경우 상위권 대학 지원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따라 올해 고1부터 내신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했다.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 그 다음 7%(누적 11%)가 2등급을 받았다. 5등급제에서는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는다. 2등급은 누적 34%까지다.
내신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이지만 1등급대에 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대표는 "상위권 학생이 실수로 1등급을 놓칠 경우 34%에 해당하는 학생과 같은 등급군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첫 중간고사에서 1등급을 놓치면 입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