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용한 금융 수단을 총동원하며 전 세계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은 물론, 기업공개(IPO)와 사모대출 시장까지 두드리며 천문학적인 실탄 장전에 나선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월가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5개사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이미 15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행액 1 080억 달러를 6개월 만에 가볍게 넘어선 수치다. 이중 알파벳은 최근 8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 등 3개 사의 상장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오픈AI와 앤스로픽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이미 10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특히 앤스로픽은 사모대출 시장 경색 국면 속에서도 35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사모대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확충에 나선 것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망 선점을 위해서다. 과거 모바일·클라우드 시대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달리, 생성형 AI는 엔비디아 등 고가의 AI 반도체 칩 수만 개를 구동해야 하는 ‘물리적 인프라 전쟁’의 성격을 띤다. 여기에 막대한 전력 소모를 감당할 발전 설비와 냉각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자체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는 투자 속도를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AI 관련 종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과 경제가 매우 변동성이 크고 위험한 하나의 신흥 산업(AI)에 집중돼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버블의 모습”이라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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