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다선 지방의원인 전남 영광군의회 강필구 의원(74)이 의원 재량사업비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영광군의회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5일 군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불거진 영광군의회 의원사업비 관련 논란에 군민의 실망과 분노를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의정활동의 신뢰를 잃게 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개인적인 비리나 사적 이익은 없으나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선배 의원으로서 총대를 메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단이 영광군의회가 군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광군의회는 최근 재량사업비 예산 집행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2012년 행정안전부가 편성 금지를 권고하며 사실상 폐지한 재량사업비를 군의원들이 농어촌 환경개선사업 등의 명목으로 특정 업체에 수억 원 규모의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8일 김강헌 영광군의회 의장은 “군민께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앞으로 재량사업비 명목으로 집행부에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이번에는 군의회 최다선이자 최고령 의원인 강 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강 의원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업체에 사업을 발주하면서 뒷돈을 받은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어촌 환경개선사업으로 마을에 길을 만들거나 하는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민원 해결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장과 부의장 등 의회 지도부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광군의회는 현재 강 의원의 사직서를 수리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회기 중 사직서 처리를 놓고 의회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수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강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경북 안동시의회 이재갑 의원(67)과 함께 전국 최다선(9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