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대학을 제외한 우리나라 10대 명문대는 모두 서울에 있다. 일본 수도 도쿄에는 10대 명문대 중 도쿄대와 도쿄공대 정도가 있다. 독일 상위 10대 명문대학 중 훔볼트대와 자유대 2곳만 수도인 베를린에 설립됐다.
특히 독일 명문대 사례는 균형 발전과 국가 경쟁력이 산학 협력의 산물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독일의 상위 10대 대학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뮌헨공대와 뮌헨대를 비롯해 튀빙겐대, 카를스루에대 등 명문대가 독일의 벤츠, 포르셰, 보쉬 등 세계적 기업이 밀집한 남부에 있다. 상위 명문대 아헨대와 본대학은 서부, 드레스덴대는 동·중부, 함부르크대는 북부에 있다. 지역에 고르게 분포한 최고 대학과 산업체가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역 소멸과 지역 불균형을 바꿀 해법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최근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학 몇 곳에 예산을 더 투입하는 과거 재탕이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중요한 전략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각 지역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전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북대 등 9개의 국가거점대가 있다. 과거 지역 최고의 명문으로 우수 인재를 길러냈으며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대학이다.‘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혁신적으로 늘려야 한다. 거점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2450만 원)는 서울대(6059만 원)의 40% 수준이다. 이를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고등교육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6.2% 수준이다. 고등교육 예산 연 3조 원을 확보하고 지역의 국·사립대들과의 상생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현재 전국 혁신도시에 이전된 공공기관 신입사원 일부를 그 지역 출신 인재로 채용하는 혁신도시법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현 30%에서 50%로 상향해야 한다. 지역인재를 채용하는 사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지역인재가 지역 특화 산업을 이끌게 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 공급해 학생들이 서울대 못지않은 지역 명문대학으로 진학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어 국가의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이 돼야 한다.
거점대학들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안이한 교수 평가 및 승진 제도를 세계 100대 대학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라 급여와 직위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 유사 학과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경직된 모집 단위를 광역화해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등 과감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세상을 놀라게 한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는 중국 항저우 저장대 출신인 량원펑이 항저우에 세운 스타트업 기업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은 도쿄대가 아닌 교토대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은 지역에 고르게 분포한 5대 국립대학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도 지역의 거점대를 중심으로 C9을 선정했다. 서울대와 지역의 9개 거점대를 잇는 KNU10(Korea National University 10)을 만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승부수가 돼야 한다.양오봉 전북대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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