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전기 화물차 보조금 제도를 새로 정비했다. 1.5~5t 전기 화물차에는 최대 4000만원, 5t 초과 전기 화물차에는 대당 60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보조금 지출액은 ‘0원’이다. 보조금을 주겠다고 공고했음에도 물류 현장에서 전기 화물차를 선택한 사업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다.
중대형 화물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약 10만㎞에 달한다. 승용차보다 6~7배 긴 거리다. 기후부는 이들 차량의 탄소 배출 저감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보조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 의도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화물차 운송 사업자는 일반 승용차 소유자와 달리 총소유비용(TCO)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차량을 운행한다. 탄소 저감이라는 명분보다 당장 눈앞의 경제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경유와 전기 중 철저히 수익성이 높은 쪽을 선택할 뿐이다. 물류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보조금이라는 정책 수단이 더 강력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에 나온 타타대우모빌리티의 중형 전기 트럭은 배터리 종류에 따라 가격이 1억6000만~2억원 수준이다. 정부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아도 동급 디젤 차량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운송 사업자에게 탄소 저감을 위해 스스로 1억원을 추가 부담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류 사업자 처지에서는 전기 화물차를 사는 것 자체가 손해인 셈이다.
지금의 보조금 규모로는 물류 부문의 탄소 감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마저도 정부가 정해 놓은 배터리 성능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감점 요인이 발생한다. 애당초 보조금을 최대로 받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조차 디젤 화물차를 전동화 모델로 바꾸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중대형 전기 화물차 보조금을 차량의 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형 화물차의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보다 20배가량 많다. 이를 고려해 승용차 평균 보조금(500만원)의 20배인 1억원가량을 중대형 화물차에 지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조금이 최대 1억원으로 늘어나면 화물 사업자도 총소유비용의 유불리를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전기 화물차는 운행 과정에서 연료비가 적게 들고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환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디젤차와 전기차의 유불리를 최소한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비로소 현장의 구매 가능성이 열린다.
올해 기후부가 확정한 전기 화물차 국고보조금 예산 총액은 3583억원이다. 전체 보조금 예산의 22.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중대형 전기 화물차에 활용될 보조금 규모는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신청자가 없어 예산이 사실상 잠자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라도 대당 지급 규모를 늘려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 전기버스 도입 초기에 발생했던 국산화 논란과 달리, 중대형 전기 화물차는 이미 국산화가 이뤄져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국제 유가 흐름 속에서 중대형 물류 부문의 전동화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대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 조율이 시급한 시점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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