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개두술 없이 가능한 뇌전증 수술… 아이 뇌 발달 지키는 길

12 hours ago 5

강훈철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강훈철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아이 머리를 수술한다니, 너무 무섭습니다.”

소아 뇌전증 수술을 권유받은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많은 이들은 ‘뇌수술’이라고 하면 머리를 크게 열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위험한 치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소아 뇌전증 수술은 첨단 영상기술과 정밀 뇌 기능 분석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교해졌다.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있다. 뇌전증 수술은 환자 상태가 악화된 마지막 단계에서 선택하는 위험한 치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서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발달 단계에 있는 소아·청소년 연령에서는 반복되는 발작 자체가 아이의 뇌 발달과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을 지나치게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뇌전증 수술을 하려면 환자 상태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실제 수술을 위해 두 번의 큰 개두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차 개두술 대신 최소 침습 수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뇌 안의 목적 부위를 정확하게 찾기 위한 ‘정위적 뇌심부 뇌파검사(SEEG)’다. 과거에는 넓은 범위의 두개골을 열어 뇌 표면에 전극을 부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수 mm 크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가는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하는 방식으로 발작의 시작 부위를 정밀하게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상 뇌 조직의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 기법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고주파 열 응고술이나 자기공명영상 유도 레이저 뇌전증 열 치료와 같은 최소 침습 치료가 활발하다. 국내에도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 방법은 머리를 열지 않고도 작은 통로를 통해 병변에 다가가 발작의 원인이 되는 조직만 선택적으로 치료한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회복이 빠르며 입원 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뇌전증 수술의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해상도 영상 검사와 뇌자도 검사, 정밀 뇌파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수술 전 평가가 훨씬 정확해졌다. 또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신경심리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가 정착되면서 합병증 위험은 줄고 치료 성과는 높아지고 있다.

소아 뇌전증 수술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수술 여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느냐’다. 뇌전증 수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극복하고,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치료 선택지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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