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중심의 암 정보와 정서 지원 콘텐츠에서 소외된 청년 암환자를 위한 온라인 기반 디지털 정서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 삶의 질 연구소는 20~30대 젊은 암 환자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돕기 위한 온라인 기반 정서 지원 프로그램 'BRAVE'를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BRAVE는 '매일의 삶을 빛나고 소중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암이라는 삶의 커다란 파도 앞에서 멈춰 선 청년들이 서로 손을 잡고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디지털 기반 정서 동행 프로그램이다.
또래 암 경험자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회복 여정을 지지하며 치료 이후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서적 회복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5~39세 젊은 연령대 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20대의 암 발생률이 45% 이상 급증하고 국내 전체 암 환자의 7~8%가 20대라는 보고도 있다.
이 시기의 암 진단은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 학업·직장·연애·결혼 등 생애 전환기의 삶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정보와 정서 지원 콘텐츠들이 중장년층에 집중돼 청년 암환자들은 의료 체계에서도 지원받기 어려운 '낀 세대'로 남아 있다.
해외에서는 청년 암 환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돼 정서적 회복과 사회적 지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 기반 정서 지원 프로그램 BRAVE를 개발한 배경이다.
암을 경험했던 청년이 직접 진행을 맡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관계 형성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정보 제공이 아닌 감정 공유, 관계 회복, 자기 이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첫 모임은 지난 6월19일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정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지난 1일 대면 모임을 통해 한 회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대면 모임에선 암 생존자이자 인스타툰 작가 이정현씨가 참석해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암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이 작가는 암 투병 후 '프림툰'이라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을 통해 암 환자의 감정과 일상을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는 "BRAVE는 청년 암 환자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감정으로부터 시작해 다시 자기 삶의 방향을 회복해가는 여정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기반 생존자 돌봄 체계를 확장하는 시작점이자 실제 환자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