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매출 1조6000억원 이상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김앤장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대형 로펌(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의 합산 매출 역시 약 2조원으로, 3년 새 격차가 두 배가량 더 벌어졌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본격화된 2위권의 추격이 수치로 뚜렷이 드러난 셈이다. 김앤장을 제외한 거래 자문과 송무가 그만큼 활발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76년 김앤장 초기 멤버로 입사한 정계성 김앤장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6기·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위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전략은 없다”며 “항상 최고의 솔루션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경쟁력의 핵심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50년 1위 수성의 비결
경쟁 로펌들이 김앤장이 독점하고 있는 인바운드 시장(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 관련) 공략을 선언하고, 통상·방산·인공지능(AI) 등 분야별 전문팀을 잇달아 출범시키는 동안 김앤장의 전략은 단순하다. “늘 해오던 대로 최고 퀄리티의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성장의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 대표는 “AI, 통상, 사이버, 공정거래, 금융 규제 등 새로운 제도가 나오고 새로운 법이 생기면서 관련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이에 대한 법률 자문 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이고, 제도의 배경과 목적, 논의 과정을 면밀히 파악해 고객에게 정확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노동정책, 상법개정 태스크포스(TF)를 잇달아 구성했다.
새로운 먹거리로는 가사·상속 분야를 꼽았다. 중소·중견 기업 창업주들이 고령화되면서 승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자녀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매각이나 종업원 승계 등 다양한 방식의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절세 설계를 넘어 조세·회사법·컨설팅이 결합된 고난도 종합 자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2200여명 업계 최대…규모의 역설?
한국변호사 1141명(2025년말 기준)을 포함한 전체 구성원은 2200여명. 국내 로펌 중 압도적인 규모다. ‘변호사 800명 시절이 최적이었다’는 전직 구성원의 말을 전하자 정 대표는 “양적 성장 기조는 유지한다”며 규모 자체를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위임과 분산으로 조직을 운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변호사 전문 인력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정 대표는 “개인정보보호, AI,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분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을 모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위원·고문이 전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들이 법 이론과 사실관계 파악, 새로운 논리 개발을 하는 게 중요하고, 고문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구성원 간의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워크가 2200여 명이라는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조직 결속력을 지키는 핵심이라고도 덧붙였다.
◇ AI, 서두르지 않는 이유
자체 AI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정 대표는 최근 해외 로펌들의 AI 도입 현황을 직접 살펴봤는데 “천차만별”이었다고 했다.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개발을 완료했다고 자랑하기 어려운 이유는 AI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속도가 아니라 보안이다. 정 대표는 “고객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내부에 GPU를 설치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면 보안은 강화되지만 투자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외부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용은 절감되지만 보안 리스크가 생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다.
AI가 신입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인터넷과 산업혁명을 떠올렸다. 정 대표는 “과거 산업혁명 때도 기계를 부수는 일이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났다”며 “AI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뒤엔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 당장은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AI와 사람의 분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의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허란/이인혁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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