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테러방지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테러의 범위를 정치 영역까지 넓히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달 27일 국회의장에게 ‘테러방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테러의 정의에 ‘정당의 민주적 조직과 활동을 방해할 목적‘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당 또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폭력행위를 테러 범주에 포함하려는 취지다.
인권위는 이 조항이 도입되면 정치적 표현 행위까지 테러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테러 개념이 정치 영역까지 확대되면 테러 위험 평가를 이유로 국가기관이 개인 정보를 과하게 수집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생활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사 표현과 집회·시위 활동이 ‘테러’로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민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개정안에 포함된 ‘정당의 민주적 조직과 활동을 방해할 목적’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점도 지적했다. 헌법에 따라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명확성 원칙을 충족해야 하는데, 해당 개념은 수사·정보 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폭력·협박 행위는 현행 형법과 공직선거법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관련 법률을 보완하는 방식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테러 개념을 확대해 국가기관이 국민의 민감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기본권 제한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당 개정안에 대해 충분하고 신중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안전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입법 및 정책 동향을 점검하고 필요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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