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강산업 대전환 시동…“철근 줄이고 특수강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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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심한 철근·형강부터 자율 구조조정 유도
2030년까지 10대 특수강 품목에 2000억 투입
5500억 효과 예상되는 금융 지원 패키지 가동

지난 8월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지난 8월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정부가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철근·형강 등 범용 제품의 설비를 줄이는 대신, 특수탄소강과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크게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 지원 △고부가·저탄소 전환 투자 강화 △수출장벽·불공정 수입 대응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면서도 공급망과 지역경제의 충격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방안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로 철강업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철강 수입재 침투율은 2021년 26%에서 지난해 31%로 높아졌고, 업계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3.1%에서 2%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50% 철강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 전환,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보호무역 강화가 겹치며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공급 과잉이 심한 철근·형강 부문부터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수입재 비중이 낮은 철근은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절차와 세제 인센티브를 연계해 자발적 설비 감축을 추진하고, 필요하면 ‘철강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형강·강관은 시장 자율에 맡기되,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은 수입재 대응을 선행한 뒤 단계적으로 조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범용재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특수탄소강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2030년까지 10대 핵심 품목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용 고망간강, 자동차 경량화 강판, 방산·우주항공용 특수강 등 고부가 소재 시장 점유율을 현재 12%에서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철강산업 전반에는 인공지능(AI) 기술도 확대된다. 포스코, KG스틸, 대한제강 등이 참여하는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철강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생산·유통·안전관리 전 과정에 걸친 AI 실증체계를 구축한다. 탄소 감축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8조1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통상 리스크 대응과 금융지원책도 강화된다. 정부는 미국의 50% 관세, EU 세이프가드 전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를 병행하고, 포스코와 기업은행의 특별출연을 기반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상품’을 신설한다. 내년에는 28억원의 예산으로 1500억원 효과가 기대되는 ‘이차보전사업’을 추진해 수출기업의 금리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불공정 수입재 차단을 위한 제도 보완도 병행된다. 내년부터 수입 철강재의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이 의무화되고, 제3국·보세구역을 통한 반덤핑 회피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관세청, 산업부, 철강협회 간 협업 체계를 통해 원산지 표시 위반 조사도 확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환점”이라며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고부가·저탄소 중심의 산업 전환을 가속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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