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세차례 고개 숙였다…“스벅 사태, 모두 제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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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05.26 뉴시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05.26 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5.18 탱크 데이’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논란이 발생한 지 8일만이다. 신세계그룹은 ‘탱크 데이’ 마케팅을 승인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는 인정했으나, 의도를 가지고 기획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먼저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그리고 국민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 동안 정 회장은 총 세 차례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약 5분간 진행된 대국민 사과에서 정 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18일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텀블러 판매 촉진을 위한 ‘탱크 데이’를 열었다. 소비자들은 5월 18일과 ‘탱크 데이’를 함께 표기한 건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과 전차(탱크)를 연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책상에 탁’ 표현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정 회장은 논란이 발생한 18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한 후 19일 서면 사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국 매장에서 일하는 스타벅스코리아 현장 직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은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며 “이번 일을 통해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탱크데이 행사’가 고의적으로 기획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해임된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내 메신저에서 “이런 문구를 하필… 그룹과 즉시 내용 공유하고 대응합시다”라고 발언한 부분도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 5명은 현재 직무 배제 및 대기 발령 조치한 상태다. 담당 임원은 해임됐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조사 결과 해당 직원, 임원진이 고의성 갖고 해당 마케팅 기획한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해당 임직원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등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제약 요건으로 작용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마케팅 행사는 커머스 팀에서 제안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 이사 총 4단계에 걸친 결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표현에 대한 문구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부사장은 “총 4단계의 결재 단계에 있어 합의 주체로 포함되어야 할 사회적책임(CSR) 담당과 법무팀의 검토가 배제가 됐던 부분을 확인했다”며 “커머스 조직이 마케팅과 매출 중심으로 움직이며 날짜가 주는 의미를 충분히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합의 단계에서도 관행적으로 결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의도성을 가지고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 조치하고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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