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못 따라가면 거래소 10년 뒤 장담 못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해외 언론 앞에서 디지털 전환과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한국 자본시장의 중장기 생존 과제로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탈중앙화 금융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진척돼야 한다”며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거래가 도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전통 거래소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로빈후드와 크라켄이 엔비디아와 테슬라 주식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하고 있고, 나스닥도 10월부터 주식 토큰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 흐름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과 한국거래소가 10년, 20년 뒤에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는 “우리도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리매김해 해외 투자자 유동성을 끌어들이고 탈중앙화 금융 시대에 맞는 거래소 역할을 해나가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짚었다. 정 이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국가별로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포기하고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중국과 유럽은 CBDC 중심으로 정책이 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글로벌 탈중앙화 금융 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진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 이사장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어 해외 경제·정치 여건 변화가 국내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 기업인 만큼 세계 경기와 수급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이런 요인이 맞물려 한국 시장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 이사장은 “지수가 빠른 속도로 오르거나 내릴 때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당국도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장관리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중 현상에 대해서는 인위적 왜곡이 아니라 시장 가격 형성의 결과라는 시각을 내놨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에서도 TSMC 비중이 50%를 넘고 네덜란드 ASML 역시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정 이사장은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편중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와 리밸런싱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 비중을 늘렸고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리밸런싱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이라는 두 방향을 놓고 지혜로운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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