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주사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양한 증시 부양 정책이 지주사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사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지나고 나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반 급등한 지주사 ETF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지주회사’ ETF는 최근 한 달 동안 35.3% 급등했다. 금융지주와 중간지주를 제외한 국내 31개 지주사 종목을 고루 담은 ETF다. 한진칼(상품 내 비중 14.13%), HD현대(10.54%), SK(9.29%), 두산(9.17%)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금융지주만 골라 담은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도 같은 기간 14.5% 상승했다.
개인투자자 자금 역시 지주사 ETF로 몰리고 있다. TIGER 지주회사는 최근 1주일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278억원이 순유입됐다. 새 정부 출범 당일에만 개인이 이 상품을 148억원어치 집중 매수해 주식형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자사주 강제 소각, 상법 개정안 재추진 등 새 정부 정책에 거는 기대가 지주사 주가를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취임 2~3주 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종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지주사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라는 점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는 대표적인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꼽힌다. 지주사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PBR은 0.36배, SK는 0.38배, LG는 0.41배에 불과하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청산하는 것보다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주사 주가는 자회사 중복 상장,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등의 이유로 크게 오르지 못했다”며 “특히 이 대통령 공약이 현실화하면 지주사 등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 “옥석 가리기 본격화”
머지않아 지주사 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금은 정책 기대 덕분에 대다수 지주사 주가가 한꺼번에 급등하고 있지만 자회사 사업 전망, 대주주 지분 비율 등에 따라 차별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대신증권은 두산을 지주사 종목 중 ‘톱픽’으로 꼽았다. 두산이 보유한 자회사 실적 개선 가능성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전, 로봇시장이 확대되면서 두산이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등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주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SK증권은 SK, 한화, LS를 ‘올해 배당 확대 가능 대표주’로 꼽았다. SK는 시총 대비 1~2% 규모를 자사주 매입이나 추가 배당에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화는 지주사 배당의 주요 재원인 브랜드 라이선스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자회사 실적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배주주 지분율도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 KB증권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로 동원산업 현대백화점그룹 등을 꼽았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으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기업 동일인(실질적인 지배자)이 바뀐 상장사라면 상속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