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前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순발력 경쟁[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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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사진 No. 170

지난 24일 수요일,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무대에 있었습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최고위회의에서 전격 사퇴한 뒤 서울 강남구 코엑스로 향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중국 다롄에서 세계경제포럼 하계총회 일정을 소화하고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뤼순 감옥을 찾았습니다. 민주당 당권 경쟁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두 사람의 하루는 이미 당원과 여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 사퇴 당일, 코엑스로 향한 정청래

정 전 대표의 사퇴는 8월 당대표 경선 출마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임을 통해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그의 행보에 반대하는 당원과 정치인도 적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사퇴 직후 한 신문사 인터넷판에 ‘정청래, 문 전 대통령 만난다‘는 단독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상경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보라는 여의도 쪽 정보도 있었지만 기자들은 일단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점심 무렵 도착한 코엑스는 개막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독서 인구가 늘었다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사저에 연 ‘평산책방’ 운영자 자격으로 도서출판 돌베개와 함께 부스를 꾸렸습니다.

2시가 조금 안 되어 경호팀이 먼저 현장을 살피고 사라졌고, 곧 사람들의 환호와 일제히 머리 위로 올라간 스마트폰 사이로 정 전 대표가 웃으면서 들어왔습니다. 부스의 주인공인 문 전 대통령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정 전 대표는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조금은 어색하게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2시 29분, 문 전 대통령이 도착했습니다.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두 사람은 부스 안으로 들어와 시민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사전에 기자단 대표가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사진과 영상은 안정적으로 확보되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6.24〈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6.24〈사진공동취재단〉

● 폴더 인사, 그리고 책 4권이날 눈에 띈 것은 정 전 대표의 몇 가지 장면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앞에서 만날 때 두 번, 헤어질 때 한 번, 같은 각도로 허리를 굽혔습니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이했던 그 몸짓과 닮아 있었습니다.부스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의 자서전 코너를 찾아 책 4권을 골랐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자서전 코너를 찾아낸 것 자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계산대로 가기 전, 정 전 대표는 책을 나란히 세워 카메라 쪽으로 표지가 잘 보이도록 정렬했습니다.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구도였습니다. 그 다음 계산대로 책을 넘겼습니다.

사퇴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퇴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 전 대표가 직접 연출한 장면이었습니다. 짧은 만남 내내 문 전 대통령 앞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이어가는 모습도 그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 자체는 우연에 가깝습니다. 양산으로 예방하러 가려던 참에 서울 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코엑스로 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퇴 당일의 움직임치곤 치밀하게 보였습니다.

● 총리실에서 정읍까지, 김민석의 동선

비슷한 시간 김 총리의 동선도 빽빽했습니다. 중국에서 귀국한 다음 날인 25일, 검찰개혁 방향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밝히는 브리핑을 직접 열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당 복귀를 앞두고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브리핑 직후에는 전북 정읍으로 내려가 민주당 전북도당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기자간담회, 외교 무대, 청년과의 대화, 진보 진영 인사 면담이 촘촘하게 이어졌습니다.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당권 경쟁을 준비하는 정치인의 행보입니다. 지난 9일에는 후임 총리 후보자인 한성숙 내정자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카메라 세례를 받았습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직 총리와 후보자가 함께 국무회의에 앉아있는 것은 최초”라고 직접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겸 국무총리 지명자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현직 총리와 후보 지명자가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김민석 총리는 인사말에서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겸 국무총리 지명자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현직 총리와 후보 지명자가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김민석 총리는 인사말에서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렇게 숨 가쁜 당권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있겠지만, 2028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이라는 요소도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이 카메라를 활용하는 방식은 수십 년에 걸쳐 달라져 왔습니다. 인파의 규모를 보여주던 시대에서, 카메라 앞에서 악수하며 웃던 시대를 거쳐, 이제는 프레임 안의 소품과 인물 배치 자체가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하나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경선은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함께 반영됩니다.

카메라 앞에서 책 표지를 정렬하고, 엘리베이터 동선을 뉴스로 만드는 시대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진들에서 무엇이 보이셨나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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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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