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르떼 문학상, 김수지 '잠든 나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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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제2회 아르떼(arte) 문학상’에서 김수지 씨(33)의 <잠든 나의 얼굴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18일 열린 아르떼 문학상 최종심에서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주인공과 할머니, 고모 셋으로 이뤄진 어느 가족의 아픔과 유대,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김씨는 등단한 적이 없는 신인 작가로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제2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자 김수지 씨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쓴 장편소설로 상까지 받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제2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자 김수지 씨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쓴 장편소설로 상까지 받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2025 아르떼 문학상] "독자들이 일상의 자잘함 떠올릴 수 있는 소설 됐으면"

“태어나서 처음 쓴 장편소설이에요. 장편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처음 써본 장편소설로 상까지 받아 얼떨떨하네요.”

한국경제신문이 공모한 ‘제2회 아르떼(arte) 문학상’에서 주인공과 할머니, 고모 셋이 이루고 있는 가족의 유대와 성장을 담은 <잠든 나의 얼굴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소설을 쓴 김수지 씨(33)는 서울 종로구의 한 작은 서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등단한 적이 없는 신인 작가다. 당선 전화도 서점에서 일하던 중 받았다. 기성 작가의 수상이 두드러졌던 최근 각종 문학상 흐름 속에서 김씨의 등장은 이례적이기까지 한 만큼, 심사위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잠든 나의 얼굴을>은 얼핏 잔잔하고 별다른 사건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다. 오히려 많은 침묵과 여백이 이어져 있다. 서사가 아주 강하다고 보기 힘든 소설인데도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인물이 다 너무 생생해서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소감과 함께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심사위원은 그를 향해 “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엄청난 스펙터클이나 스토리가 있는 것보다 일상에 맞붙어 있는 작품을 원래 좋아한다”며 “글을 쓸 때도 혼자 일상의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날씨에 이 캐릭터는 이런 옷을 입겠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을까’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할까’ 같은 걸 생각하는 게 저한텐 자연스러워요.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절반은 소설, 절반은 저 자신인 상태로 걸어 다니면서 아이디어나 표현을 떠올리고 수집하죠. 소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할머니를 돌보는 주인공 나진은 김씨의 실제 경험에서 떠올린 인물이다. “수년 전 할머니와 둘이 며칠간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할머니를 제가 돌봤다기보단 ‘같이 있었다’에 가까운 상황이었지만요. 그때 할머니와 손녀가 밥을 먹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씨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몇몇 회사와 서점 등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왔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지만,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열망이 커 소설 쓰기를 놓지 않았다. 수상작은 서점에 출근하기 전 오전과 쉬는 날 틈틈이, 그렇게 1년을 쓴 소설이다. 이전까지는 단편소설만 썼다. 장편소설은 ‘언젠가는 쓰겠지’ 하면서도 엄두가 나지 않아 덤비지 못했다고. “<잠든 나의 얼굴을> 역시 처음엔 ‘조금 긴 단편소설이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는데, 제가 쓰고 싶은 장면까지 도달하려면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쓰다 보니 장편소설이 됐습니다.”

이 소설은 아픈 사연을 지닌 가족이 그럼에도 유대하고, 나아가는 성장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일까. 고심하던 그는 “성장한다는 건 나 혼자 오롯이 그냥 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함께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게 내가 넓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성장이지 않을까요.”

김씨는 문학상 수상이 무척 기쁘면서도 “너무 들뜨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낙선은 몇 번 해봐서 그 이후의 일을 알지만, 당선은 처음이라 분명히 기쁘기도 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까’ 골똘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기를 바랄까. “일상이라는 것이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자잘하게 슬프고, 귀엽고, 아깝고, 귀한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대단한 스펙터클은 아니지만, 읽는 분들도 삶에서 그런 순간을 같이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 안에 빈자리들이 있는데, 그 빈자리에 내가 넣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일상 속에서 틈틈이, 조금씩 읽어도 좋은 소설이 됐으면 좋겠네요.”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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