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의 탄소 배출량과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적표를 공개하는 ‘지속가능성(ESG) 공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과 여당이 정부 안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고 공시 대상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도 ESG 공시를 확대하는 법안을 내놓고 이달 당정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 국민연금 “내년부터 시행”
6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 등에 서원주 기금이사 명의로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금융위 ESG 공시 로드맵 초안에는 2027회계연도(2028년 공시)부터 자산 30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공급망 전체 배출량인 ‘스코프 3’는 2031년부터 공시하도록 3년 유예 기간을 뒀다. 스코프 3 공시를 의무화하면 협력 업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공시해야 한다. 자산·매출 비중이 10% 미만인 소규모 종속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도입 시기를 2026회계연도(2027년 공시)로 1년 앞당기고, 공시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로 넓힐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대다수 중대형주가 공시 사각지대에 방치되면 장기 투자자로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제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종속회사를 제외하는 예외 조항에도 “핵심 ESG 이슈는 종속회사나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정보가 누락되면 기업 가치에 대한 완전한 평가가 불가능하고, 정보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기후 관련 전환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라며 스코프 3 유예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해 2029년 전후로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 민주당 가세…“이달 중 당정”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제시한 ‘거래소 자율 공시’ 단계를 건너뛰고 시행 첫해부터 사업보고서에 수록하는 법정 공시로 즉시 전환할 것을 명시했다. 다만 기업 부담을 고려해 첫 2년 동안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과징금을 면제하는 ‘세이프 하버’(면책 조항)를 도입했다. 민주당은 이달 당정협의회를 통해 최종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재계는 ESG 공시 대상이 내년부터 조기 적용돼 확대되면 상장사가 실무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당초 예고된 준비 기간도 없이 ESG 공시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 스코프 3 공시를 위한 데이터 확보 방법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본사가 협력사나 하청 기업에 ESG 데이터를 강제로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했다.
금융위는 시행 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폭넓게 청취하고 있다”며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달 중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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