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는 클럽월드컵 참가로 인해 선수단에 제대로 휴식을 주지 못했다. 대회를 빨리 마쳐야 다음 시즌을 좀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는 참 복잡한 일정이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시티 페이스북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클럽월드컵 베이스캠프에서 얼음물로 지친 근육을 풀고 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시티 페이스북
축구를 잘하면 잘할수록, 그래서 대회 체류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불리한 구조다. 미국에서 한창 진행 중인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바라보는 국제 축구계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끊이질 않는 선수들에 대한 ‘혹사 논란’ 여파다.
조별리그 1승당 200만 달러, 무승부시 100만 달러가 주어질 정도로 엄청나고 화끈한 ‘머니게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대개는 클럽만 배부를 뿐이다. 대회를 앞두고 사전에 특별 수당 옵션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존 약속된 연봉과 보너스 옵션정도를 챙기는 것이 전부다.
출전팀 선수들은 몹시도 피곤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격돌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 인터 밀란(이탈리아)은 물론이고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맨체스터 시티, 첼시(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빅클럽들은 2024~2025시즌을 마친지 3~4주 만에 미국으로 향했다.
당연히 선수들에게 여유는 거의 없었다. 2주 남짓 짧은 휴가를 다녀온 뒤 부랴부랴 소속팀에 합류해 4년 주기, 그것도 한 달짜리 ‘애프터시즌’ 여정에 나서게 됐다. 그런데 결정적 문제가 있다. 시즌과 시즌 사이의 프리시즌이 2개월 정도로 짧은데, 그 중 1개월을 클럽월드컵에서 보낸다면 선수들은 온전히 쉴 틈이 없다.
당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해도 8월 16~17일 새 시즌이 개막하고 이탈리아 세리에A는 한 주 늦은 23일 시작한다. 만약 맨시티나 첼시, 인터 밀란 등이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치르게 되면 불과 한 달 뒤 새 시즌을 맞이하는 셈이다. “빨리 탈락해야 휴식을 보장받는 구조”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배경에도 이런 끔찍한 일정에 있다.
그런데 2025~2026시즌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2026북중미월드컵 직전 진행되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부상자가 없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프리시즌 철저한 휴식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
특히 클럽월드컵 토너먼트 상위팀 선수들의 경우, 제대로 된 프리시즌 없이 곧장 새 시즌을 맞이한 뒤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특히 북중미 대회는 48개국으로 확대돼 토너먼트를 32강전부터 진행돼 경기수도 많고 일정도 길다.
현장의 불만도 상당하다. 완벽한 팀 조직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클럽월드컵 상금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어지간한 프리시즌 투어 이상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클럽월드컵 전후로 쪼개서 다음 시즌을 대비하다보니 선수단의 합을 다지고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오히려 불리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