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30대 지휘자. 올 9월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가 되는 라하브 샤니에겐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89년 이스라엘 태생으로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그가 뮌헨 필과 내한했다. 오는 5일 예술의전당 일정을 시작으로 9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다.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샤니는 “뮌헨 필의 정기 연주회에 데뷔했을 때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조성진과 협연했다”며 “조성진은 악단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풍성한 감정을 주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뮌헨 필은 1893년 창단해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음악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악단이다. 말러 교향곡 4·8번, 브루크너 교향곡 5·9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독일 근대 음악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안네 소피 무터가 맺어준 인연
샤니가 보는 뮌헨 필은 뮌헨 방송교향악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등 다른 뮌헨 상주 악단과 비교해봐도 소리의 개성이 뚜렷한 오케스트라다. 그는 “요즘 많은 교향악단 소리가 비슷해지고 있는 만큼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뮌헨 필은 고유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며 한가지 방식만 고수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는 악단”이라고 강조했다.
샤니는 뮌헨 필의 음색을 “깊고 풍부하며 서정성이 있다”고 정의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포르테(강하게) 중 가장 아름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에 악단 특유의 여유가 지휘자에게 표현의 자유를 준단다.
“여느 악단들이 빨리 연주하는 경향들이 많은데 뮌헨 필은 소리와 화음을 만들어갈 때 여유를 가집니다. 이건 연주에 풍성함을 줘요. 빨리 몰아칠 때도, 여유롭게 연주할 때도 있는데 악단이 이 둘 모두를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지휘자도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뮌헨 필과 샤니의 첫 만남은 202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네 소피 무터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음악회에서 이 악단을 포함해 3개 악단이 모인 자리였다. 플로리안 비간트 뮌헨 필 대표는 “소피 무터가 샤니의 지휘를 처음 제안했다”며 “이후 샤니와 스위스 투어를 할 때 단원들이 샤니가 상임 지휘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샤니는 뮌헨 필의 정기 연주회를 처음 맡으면서 뮌헨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조성진과 협연했던 공연이다.
피아노와 더블 베이스도 다루는 샤니
조성진과 한국에서 다시 만난 샤니와 뮌헨 필은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람스 교향곡 4번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샤니는 “프로코피예프는 매우 강렬하고 기교적이여서 많은 역량을 요구하는 곡인데 (조성진은) 이를 잘 제어한다”며 “반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서정적이면서 프레이징(연주 흐름)이 중요한데 조성진은 이렇게 전혀 다른 곡도 소화할 정도로 기량이 훌륭하다”고 했다.
샤니는 피아니스트이자 더블 베이시스트로도 활동해 왔다. 이스라엘 필하모닉에선 더블 베이시스트 객원 단원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피아노 연주를 하면 하모니, 대위법, 보이싱(화음 배치) 등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반면 더블베이스를 연주할 땐 악단이 어떤 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심리나 기교와 같은 부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땐 음악 밖에서 연주하는 느낌이라면 베이스를 연주할 땐 악단 안으로 더 들어가서 연주하는 느낌입니다.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기 좋죠.”
샤니는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악단과 연주할 때 훨씬 강렬한 경험을 느낀다”고 했다. 악단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기에 지휘가 즐겁다. 비간트 대표는 “샤니는 단상에서 홀로 지휘하는 고독한 지휘자가 아니다”며 “영감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지휘자”라고 강조했다.
“샤니는 어떤 곡을 연주하든 첫 리허설에서 단원들이 악장 전체를 먼저 연주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악단이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락하는 거죠.”
“연주 취소는 또 다른 폭력이자 공격”
뮌헨 필과 샤니는 지난해 정치적 논쟁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벨기에 플란데런 헨트 축제 공연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축제 주최 측에서 취소 통보를 받아야 했다.
주최 측은 “텔아비브의 집단 학살 정권과 명확하게 거리를 두지 않는 이들과는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서 이스라엘 정권에 대한 샤니의 입장이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예술가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해 샤니는 “누구나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정치적인 목적이나 환경을 위해서 관객이나 연주자를 쓰는 건 원치 않는다”고 했다.
샤니는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그는 “음악제에서 악단과 지휘자의 연주를 취소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자 공격”이라며 “이미 전쟁이 일어난 상태에서 초청된 축제였는데 문제가 있었으면 초청을 하면 안 됐다”고 했다.“특정한 입장을 아티스트에게 강요하는 건 안 된다”는 말도 더했다.
비간트 대표는 “독일 정부, 뮌헨주 정부 등이 ‘취소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악단에)지지를 표명했다”며 “독일 총리 역시 연주회 리허설에 와서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뮌헨 필은 내년 12월에도 한국에 온다. 내년 공연에선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하고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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