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보잉 항공기와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을 대량 구매하기로 한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 아닙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은 지난달 29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327억달러(약 48조원) 규모 항공기 등 구매 계획이 한·미 무역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연비 효율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지난해 내린 결정”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조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3월 21일 미국을 방문해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당시 협약식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함께해 이 같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새로운 항공기가 필요해 보잉 항공기를 구매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미래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공급망 문제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 5~6대 항공기가 부족하다”며 “운항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일부 노선을 감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문제로 엔진이 부족해 지상에 묶여 있는 항공기도 여러 대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공급망이 연쇄 작용을 일으킨 데다 보잉 항공기 사고 여파로 미국 당국이 생산량을 제한해 항공기 인도 지연이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항공사는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코맥의 미래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구매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약 150대의 항공기를 주문한 상태로 향후 10~15년간 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한 화물 사업 영향에 대해선 “(트럼프 1기 때보다) 지금이 더 예측하기 어렵다”며 “장기적 목표 아래 혼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