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해도 연내 70달러대 유가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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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을 포함한 종전(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수개월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국책 에너지 전문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유가가 다소 안정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70달러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전쟁 기간 억눌린 수요가 폭발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전해도 연내 70달러대 유가 힘들 것"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4일 발표한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도입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종전 협정 체결로 오는 6월 말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끝난다고 가정할 때 7~8월 두바이유 평균가는 배럴당 95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10달러가량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설비가 재가동되고 대기 물량이 공급되는 올 4분기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해협 개방 합의 직후 투기성 매수세가 사라지고 정유사 헤지 물량이 청산돼 원유 선물 가격이 7~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8월까지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재개방되지 않으면 국제 석유 수급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전쟁이 그전에 마무리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토대로 작성됐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원유 시장 정상화에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해협에 설치된 기뢰 제거에만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 관계자는 “선박 보험료율 조정이 끝나고, 이란 공격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수급 상황을 종합해볼 때 당장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유가가 적어도 연내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당장 재개방돼도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은 9월께 최고 수준으로 올라 전기요금을 압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직전 4개월 평균 국제 유가에 연동해 LNG를 장기 계약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겨울철 수요에 대비해 당장 가스 수요 억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기회를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기후 대응을 넘어 국가 산업 정책으로 다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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