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정치권에서 은행권의 ‘포용대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주로 부담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시중은행도 늘려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책임을 전체 은행권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디센티브를 통해 최소 준수선을 확보하고 인센티브를 통해 초과 달성 동기를 마련하는 투트랙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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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은행의 포용대출확대 관련 정책간담회’가 열렸다.(사진=이수빈 기자) |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은행의 포용대출확대 관련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은행권이 매년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하는 상황에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혁신 금융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문제는 은행권이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주택담보대출’ 등에 치중하고, 건전성 관리나 연체율 등을 이유로 중·저신용자 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제를 맡은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포용금융 체계를 △정책서민금융 △인뱅 중·저신용대출 △민간중금리대출로 구분했다.
이 연구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체 민간중금리대출 중 인뱅이 17.5%를 공급했다. 그 외 은행은 20.2%를 공급하며 인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이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인뱅의 중·저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전체 신용대출의 30%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우도록 하는 ‘디센티브’를 활용하고 있으나, 은행 등의 민간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자산 건전성을 이유로 중·저신용대출에 소극적인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최근 이자순이익이 계속 증가 추세임을 고려할 때 중·저신용대출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며 금융업권의 포용대출 책임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론을 통해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경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자고 말했다. 그는 “인뱅은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이나 건전성 측면에서 취약하다”며 “경기 침체기에는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완화하고, 그보다 (대응) 여력이 높은 시중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규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교수는 포용금융 대상에 개인사업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매출 변동성이 크고 사업 지속성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 기존의 신용점수 기반 심사로는 적절한 평가가 어렵다”며 “비재무적 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해 특화형 중금리대출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용금융은 기회가 차단된 이들에게 새로운 금융경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위험을 걸러내는 금융’에서 ‘가능성을 발굴하는 금융’으로 패러다음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잔액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일부 경감해 포용금융 확대 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했다.
한편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토론을 듣고 “은행이 역대급 이득을 버는데 (중금리 대출 등으로) 노력할 유인이 없다”고 말하자 좌장을 맡은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주담대, 가계대출 하는 데에는 디센티브를 주고 중금리대출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 금융분과 위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