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가상자산 과세 긴급토론회
주식 비과세·코인 22% 역차별 논란
손실 이월공제 세계 유일 전면 불허
전문가들 “양도소득 전환·이월공제 입법 필요”
정부, “연내 국세청 고시 발효, 내년 예정대로 과셰”
오는 2027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조세 형평성 붕괴와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한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박수영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과세 인프라의 부재와 청년층의 자산 형성 사다리 붕괴 우려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 달 전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국세청의 과세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통합과세 체계를 금년 3월에 발주해 언제 테스트하고 제대로 할 것인지 우려되며, 초기에 혼란이 일어나면 정부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의원은 “국세청은 5대 원화 거래소의 가상자산만 잡을 수 있다는데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는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 의원은 “집값과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자산 형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청년들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자산의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상자산 과세 체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기타소득’ 분류를 ‘양도소득’으로 전환하고 이월결손금 공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은 ‘가상자산 소득과세 적정성 및 정책 실효성 검토’를 주제로 현행 과세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대두된 문제는 조세 형평성이다. 2024년 12월 금투세 폐지로 국내 주식 일반 투자자들의 납세 의무는 사라진 반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는 22%의 세금이 예정되어 있다.
오 교수는 “금투세 폐지 논거였던 시장 위축 우려와 인프라 미비 등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가상자산에만 과세하고 주식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과세의 핵심 구조인 소득 구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본공제 250만원의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기타소득은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에 적용되는 것으로 반복적·계획적인 자본이득인 가상자산 거래 수익과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보아 자본이득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는 ‘이월결손금 전면 불허’가 꼽힌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영국은 손실 이월을 무기한 허용하며 독일도 동일 유형 소득 내에서 무기한 이월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가상자산 손실 발생 시 다음 연도로 이월이 전혀 불가능해 이익이 난 해에만 세금을 내야 하는 심각한 불균형 과세 구조를 안고 있다.
세금을 걷을 인프라도 현저히 미비한 실정이다. 국세청은 스테이킹, 에어드롭, NFT,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등 신종 거래 유형의 과세 기준에 대해 2020년 제도 도입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집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과세 당국이 무엇을 과세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납세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셈이다.
더불어 국내 중앙화거래소(CEX) 거래만 포착할 수 있어 탈중앙화거래소(DEX)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사실상 세금을 매길 수 없는 과세 공백 문제도 지적됐다.
오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5가지 선결 조건이 반드시 완비된 후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선결 조건으로는 ▲소득 구분을 양도소득으로 전환하는 동시 입법 ▲최소 5년간의 이월결손금 공제 신설 ▲신종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법령 명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국내 법제화 완료 ▲국내 거래소 보고 의무 체계 및 국세청 연동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그는 “가상자산 과세는 금투세를 먼저 시행한 후에 시행하거나, 제시한 선결 조건 5가지가 완비된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용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에는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 김현동 배재대 교수, 정성철 법무법인 SL파트너스 회계사,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논의를 이어갔다.
◆ “인프라 없는 과세는 폭력…형평성·실효성 모두 낙제점”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과세 안의 실무적 한계와 형평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는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만 22%의 기타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세 인프라의 미비점을 꼬집었다. 심 교수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통한 거래는 포착이 불가능한데, 성실하게 신고하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세금을 내는 불공정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취득가액 산정의 어려움과 납세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거래 유형별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스테이킹, 에어드롭, NFT 등 복잡한 신종 거래에 대한 과세 시점과 평가 기준이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기준 없이 시행될 경우 선의의 납세자가 가산세 폭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성철 회계사(법무법인 SL파트너스)는 실무적 관점에서 이월결손금 공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 회계사는 “연간 변동성이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가상자산 특성상, 작년에 1억원을 잃고 올해 1000만원을 벌었다고 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순소득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최소 5년 이상의 이월 공제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예정대로 내년 과세…과세 인프라·기준 연내 국세청 고시 발효”
반면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문경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과세가 진행돼야 한다”며 과세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과장은 과세의 당위성으로 ‘형평성’과 ‘제도권 편입’을 내세웠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면 근로소득·사업소득 납세자와의 형평성이 깨지고 이미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포괄주의 원칙으로 과세 중인 법인과 개인 간의 형평성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투자자의 법률적 보호가 이뤄지는 만큼, 소득세 과세 역시 제도권 편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납세자 편의를 위한 구체적인 행정 지원책도 약속했다. 문 과장은 “정부는 올해 말까지 가상자산 과세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국세청 홈택스 내에 납세자가 스스로 세액을 계산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외 거래 포착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주요국 간 거래 정보 공유가 본격화되면 과세 공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제 한도 250만원에 대해서는 “과거 입법 당시의 결정이었던 만큼, 향후 국회 및 정책적 협의 과정을 통해 공제액 상향 여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기타소득’ 분류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타국의 세제 구조 차이를 언급하며 선을 그었다.
문 과장은 “미국이나 일본도 전부 과세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열거주의이고 미국은 포괄주의”라며 “손익통산이나 이월공제 등을 무조건 다른 국가와 맞출 필요는 없으며, 한국의 과세 체계에 맞춰서 과세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가상자산 발생 소득이 기타소득이지만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발생 소득이 큰 일부 납세자의 경우 종합과세 최고 세율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과세 인프라 및 기준이 미비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연내 국세청 고시를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과장은 “다양한 가상자산 수익 창출에 대한 과세 기준은 국세청장에게 위임해 둔 상태로, 국세청이 그간 6차례에 걸쳐 거래소들과 간담회를 갖고 실무 조율 중이며 올해 안으로 고시안이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중앙화거래소(DEX) 및 해외 거래소 발 탈세 우려에 대해서도 “해외 가상자산 정보 신고제를 통한 개인의 납세 노력과 다자간 정보교환 체계로 충분히 검증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해외 거래를 통한 탈세는 금이나 현금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가상자산만의 문제는 아니며, 탈법적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과세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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