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1903). 잿빛 굵은 선으로 아이 잃은 어머니의 절절한 슬픔을 전한다. 에칭으로 제작했으나 목탄으로 그은 데생 같은 분위기를 낸다. 콜비츠는 당시 일곱 살이던 아들을 안은 자신을 모델로 삼았는데, 11년 뒤 그 아들이 1차대전에서 전사하자 스스로 심한 자책에 몰고간 작품이기도 하다. 20세기 독일 대표 여성 판화가이자 화가로 활동한 콜비츠는 가난한 노동자들과 생활하며 비극적인 연작을 많이 발표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세상 모든 어머니를 대변하는 반전포스터 등을 제작해 전쟁의 광기와 참혹함을 알리고자 했다. 종이에 동판화·옅은 채색, 42.5×48.6㎝(판화면). 대영박물관(영국 런던)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1914년 8월 어느 밤 독일 베를린의 좁은 셋집.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한 소년이 부모에게 뭔가 조르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소년의 청은 “전쟁에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군인이 돼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고집했다. 아직 뺨에 솜털이 보송하고 막내티를 벗지 못한 아이였다. 입대에는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단코 허락하지 않았다. 그해 여름의 유럽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소년의 고집을 이해할 수 없다. 전쟁이 선포되자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의 거리에는 환호하는 군중이 쏟아져 나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전쟁이 낙엽이 지기 전에 끝나리라 믿었고 젊은이들은 늦기 전에 참전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냈다. 오래 이어진 평화가 가져온 권태, 산업사회의 답답한 일상, 물질에 짓눌린 시민적 삶에 대한 막연한 혐오가 전쟁이란 거대한 정화의 불길 같은 갈망으로 ...
"죽음의 포옹, 그저 설정이었는데…" 돌이 돼 무릎 꿇은 비통한 모정 [화폭역정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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