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기반으로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을 개척한 1세대 STO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내년 2월 STO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후속 인가와 영업 기반이 제때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일단 이달 말 토큰증권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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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한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펀블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펀블은 1세대 조각투자 업체로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본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사업 지속이 어려워졌고 현재 보유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펀블의 지난해 기준 자산은 14억원, 당기순손실은 19억원이다.
또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도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잔여자산 매각을 진행하며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대신증권은 2023년 STO 시장 선점을 위해 카사코리아 지분 96.38%를 인수했지만 STO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손실 부담만 커졌다. 카사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손실 약 58억원, 당기순손실 약 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설립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도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2025년 9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루센트블록의 지난해 자산 규모는 143억원, 당기순손실은 61억원이다.
1세대 STO 업체들이 한계에 몰린 핵심 배경으로는 제도화 지연이 꼽힌다. 이들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비금전신탁(부동산관리처분신탁) 수익증권을 활용해 영업해왔다. 그러나 혁신금융 지정 기간이 끝난 뒤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새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펀드 투자중개업과 동일한 자기자본 10억원 요건을 갖춰야 하며, 투자확약서(LOC) 수준의 자금조달 계획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사업자들이 겪은 자기자본 부담과 사업 지속성 문제는 특허·콘텐츠 저작권 등 비정형 자산 시장을 비롯한 향후 STO 제도화 과정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내년 2월 STO 법 시행 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중신탁 △토큰증권 해외발행 △스테이블코인 결제 △정형증권 허용 등을 꼽는다.
국내 상품에 대한 글로벌 자금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탁 구조와 관련해서는 특허권, 콘텐츠 저작권 등 비정형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경우 기초자산을 안정적으로 분리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2월 STO 법이 시행된다지만 지난 3년간 제도가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정작 발행할 수 있는 업체들이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당국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혁신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 ‘STO 제도화 법 하위법규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2월4일 시행되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령 등이 담길 예정으로, 지난 3월 발족한 민관합동 협의체가 발행·유통·결제 등 세부 제도를 설계해왔다.
이용준 금융위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자본시장 현안이 많지만 7월 말 가이드라인 발표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마련해 협의체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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