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납치·고문 사건 계기로 주목
국회 외통위, 내주 캄보디아서 국감
여야, 뒤늦게 대응책 모색 나섰지만
前·現 정부 탓하며 서로 ‘책임 공방’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속출하자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다. 여야가 앞다퉈 대책 마련을 촉구 중인 가운데 해당 사건들의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다소 정쟁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외통위 아주반(아시아)은 오는 21~24일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외통위 의원들은 ‘웬치(Wench)’를 비롯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대규모 범죄 단지 두 곳을 방문해 시찰할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 7개 공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범죄가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캄보디아뿐 아니라 인접국 주재 대사들까지 소집해 범죄 발생과 대응, 예방 체계 등을 점검하자는 취지다.
캄보디아 일대의 범죄는 올해 8월 한국 대학생이 납치돼 고문을 당하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외통위 국감을 비롯한 정치권의 최대 외교 현안으로 부상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에만 캄보디아에서 감금 피해 등을 신고한 한국인의 수가 33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260명은 감금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으나, 80여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 대응팀을 구성, 지난 15일 캄보디아에 급파한 상태다. 외교부 외에도 법무부와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의 인력이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이같은 동향과 관련,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미진하다고 연일 공세 중이다. 특히 현지에서 검거되는 피의자들이 중국계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캄보디아뿐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정작 범죄의 주체이자 근본 원인인 중국계 조직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다”며 “대통령은 또다시 책임을 전 정부에 떠넘기며 본질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국빈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중국인 범죄 단체의 범죄 행각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중국인 범죄 소탕과 발본색원을 위한 수사 공조를 반드시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캄보디아 대상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늘리면서도 재외국민 보호를 등한시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급증한 캄보디아 ODA 사업에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와 통일교 등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인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 자료를 인용, 2023년부터 올해까지 캄보디아 대상 ODA가 약 2500억원 늘었지만, 이 기간 납치·감금 신고도 300여건 늘었다는 점을 짚었다. “김건희 ODA 챙기느라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캄보디아 납치 피해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내주 외통위 국감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 당시 대사관과 외교부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사건 당시 주캄보디아 대사가 공석이었다며 현 정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