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발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크레디트 시장의 만기별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머니 등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초단기물과 보험사 등 고정 수요가 탄탄한 초장기물은 안정적인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시장의 주력인 3~5년 만기 중기물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만기별 양극화 현상이 대규모 차환 물량이 쏟아지는 4월 발행 시장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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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반도체 머니 단기 시장 본격 유입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레디트 시장은 초단기물과 초장기물 선호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어음(CP)을 비롯한 초단기물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되면서 안정적인 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잉여 현금을 창출한 기업들이 CP와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여유돈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조원 규모의 랩·신탁 자금으로 여전채를 대거 매입한 데 이어, 최근 2조원을 CP·전단채 시장에 추가 집행하며 '반도체 머니' 유입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도 단기물 매입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지난 27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연 3.11%로 올초 3.2%대에서 소폭 하락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무보증 회사채 3년물(AA-) 금리가 올초 연 3.5%대 전후에서 최근 4.19% 수준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단기 자금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금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는 "시설투자에 따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반도체 업체들의 자금이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초단기물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반도체 업체들의 자금 집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단기물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물 이상의 초장기물 구간도 자산의 가중평균만기 확대가 필수적인 보험사 등 기관의 견조한 실수요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회사채 조달 금리의 핵심 지표가 되는 국고채 금리를 살펴보면 지난 27일 기준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89%, 3.90%로 만기가 짧은 5년물(연 3.82%)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았다. 특히 30년물(연 3.78%)의 경우 오히려 금리가 낮았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높은 이자를 줘야 하지만, 초장기물 선호 현상이 강해 회사채 금리의 기반이 되는 국고채 장기물 금리마저 강하게 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최근 진행된 주요 기업들의 수요예측 결과만 보더라도 동일 발행사 내에서 초장기물에 더 우호적인 가산금리가 책정되는 등 장기물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23일 1500억 규모로 진행된 KT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200억원을 모집한 20년물에 7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가산금리는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 대비 마이너스(-) 35bp(1bp=0.01%)를 기록하며 3년물(-6bp), 5년물(-4bp)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장기물 선호 현상이 돋보였다. 10년물은 장기 투자 수요가 유입되며 민평금리 대비 -15bp 수준에서 금리 윤곽이 잡힌 반면, 2년·3년·5년물은 모두 민평금리 대비 +5~+6bp 수준의 오버 금리를 부담했다. SK브로드밴드도 10년물은 -11bp를 기록한 반면 5년물은 +3bp를 기록하며 장기물 우위 현상을 뒷받침했다.
중기물은 고금리 지속
크레디트 시장의 주력인 3~5년 만기 중기물 구간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펀드 운용 및 트레이딩 목적으로 주로 소화되는 중기물은 거시경제 지표나 단기 금리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은 만기물이다. 최근 중동발 리스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자, 금리 방향성 예측이 까다로워진 기관들이 손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짙은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지난 27일 기준 무보증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연 4.19%로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연 3.58%) 대비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기업의 중기물은 수요예측에서 개별 민평금리를 웃돌거나 소폭 하회하는 데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월 이후 대규모 회사채 차환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만기별 쏠림 현상이 발행사들의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어 중기물 구간의 투자 심리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기업들의 발행 시기 및 만기 구조 설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인 보험사 등의 꾸준한 매수세와 나쁘지 않은 금리 수준 덕분에 초장기물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증시로의 '머니 무브'와 고금리 여파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핵심인 3~5년 만기 중기물 구간의 투자심리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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