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내 페인트 원료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자 자동차, 조선,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달 페인트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들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도장 공정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 페인트업계에 따르면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등 국내 주요 페인트 업체의 원료 재고량은 평소 대비 50% 이하로 감소했다. 페인트 업체들은 1~2주마다 원료를 조달받는데,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료 공급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중소형 페인트업체는 이미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빅4’ 대형사는 다음달부터 생산량을 큰 폭으로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오늘 전쟁이 끝나 공급망이 정상화되더라도 한 달 뒤 대형업체의 페인트 생산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트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은 중동산 페인트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자일렌, 에폭시 수지, 톨루엔 등 석유화학 원료 공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들 원료는 페인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비닐 등 생활 필수재를 생산하는 데도 쓰인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물량 확보전이 벌어지자 수급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페인트 생산 차질은 수출 간판 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자동차, 조선 등 제품 도장 작업에 페인트가 대량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건축 내외장재 페인트 작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업계는 페인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용한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페인트 공급을 대체할 수입 물량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선 화학물질의 성분·함량을 확인받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사전 절차에 3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페인트로 인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페인트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페인트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데 페인트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전쟁 전인 1월 말 t당 560달러 수준에서 현재 932달러로 66.4% 올랐다. 자일렌, 에폭시 수지, 톨루엔 등 원료도 50~7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인트 업계는 판매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최근 제품 단가를 올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에 나서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날씨가 풀리는 3~5월은 건설과 인테리어 수요가 집중되는 페인트 업계의 최대 성수기.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인데도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다. 페인트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4%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재료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위험 보험료 급등으로 해상 운임이 오르고 있는 데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페인트업체가 영업 적자를 보게 될 상황“이라며 ”외환위기(IMF),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대책이 없다”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다면 석유화학처럼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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