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은 걷어내고 미래사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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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크게 두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그룹 미래 비전인 로봇·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은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범퍼와 램프 사업 매각에 나선 것은 로봇 부품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23.2%(14조원)를 차지한 범퍼·램프 같은 자동차 부품은 현대모비스 주력 사업이다. 현대차·기아라는 안정적인 납품처가 있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두 분야 모두 차종별로 디자인과 사양이 달라 표준화가 쉽지 않은 데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부품 회사의 견제도 심하다. 지속적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승산이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부품 사업 매각으로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미래 사업으로의 전환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각각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범퍼와 램프 사업 매각 자금을 활용해 로봇 부품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관절과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액추에이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로봇용 액추에이터는 중국 기업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전용 액추에이터를 개발한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 중국 업체는 모터와 센서 등 전반적인 기술에서 앞서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현대모비스가 생산을 추진 중인 ‘그리퍼’(로봇 손) 기술 격차는 이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 사업 정리로 계열사 간 역할 분담도 명확해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현대위아의 방산 사업 부문 인수로 그룹 내 방산 사령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전장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한 ‘차량 두뇌’ 개발에, 현대위아는 열 관리 분야와 로봇 분야에 집중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에서 나아가 로봇 운용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업계에선 그룹이 추가로 계열사 사업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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