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 제107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900만 달러)을 제패하며 2승째를 거뒀다. 지난해 경찰에 긴급 체포를 당했던 바로 그 대회에서다.
![]() |
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셰플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홀로 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공동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해리스 잉글리시(미국), 데이비스 라일리(미국)를 무려 5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셰플러는 지난해 메이저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7승을 싹쓸이했고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독보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가 손바닥 부상을 당했고 이 여파로 올 시즌 4개월이 지나도록 첫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달 초 홈 코스에서 열린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PGA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31언더파 253타)을 세우며 화려하게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고, 2주 만에 메이저 대회까지 제패하면서 올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우승 상금은 무려 342만 달러(약 47억 8000만 원)다.
올해는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월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제패하며 3승을 거둔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에 셰플러가 2승을 거두면서 올 시즌 셰플러와 매킬로이의 라이벌 구도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셰플러는 지난해 이 대회 2라운드를 앞두고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해프닝을 겪었던 터라 대회 우승이 더욱더 의미가 있다. 당시 대회가 열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으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가 교통사고로 통제됐는데, 경기를 위해 코스로 들어가야 하는 셰플러는 차를 몰고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셰플러는 경찰을 향해 2급 폭행, 난폭 운전, 경찰의 교통 통제 무시 등 4건의 혐의를 받았고,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머그 샷까지 공개돼 골프계에 큰 충격을 줬다. 결국 모든 혐의는 기각됐다.
또 셰플러는 이번 대회 1라운드를 마치고 주관사인 미국프로골퍼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를 향해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대회 개막 직전 퀘일 할로 클럽 일대에 큰 비가 내려 페어웨이가 젖어 있는 상태였고,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질 때마다 진흙이 묻었다. 이런 경우 대개 볼을 집어 올려서 닦은 뒤 내려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만, PGA 오브 아메리카는 골프의 본질을 살린다는 취지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진흙이 많이 묻은 공은 컨트롤하는 게 어렵다는 게 셰플러의 주장이었다.
이런 모든 해프닝을 이겨내고 셰플러는 결국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2019년 PGA 투어에 입성한 그는 2022년 2월 WM 피닉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번 대회에서 통산 15승째를 차지했다. 15번의 우승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년 94일. 이는 1950년 이후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또 셰플러는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8타 차 우승, 이번 PGA 챔피언십에서 5타 차 우승을 차지했는데 같은 시즌에 PGA 투어 대회에서 5타 이상 차이로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2000년 우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 |
모자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셰플러.(사진=AFPBBNews) |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셰플러는 6번홀까지만 해도 5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샷이 흔들리면서 보기 2개를 범했고, 11번홀(파4)까지 버디만 3개를 잡은 존 람(스페인)에게 한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러나 셰플러는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회복했고, 그사이 람은 ‘그린 마일(사형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악명 높은 16~18번홀에서 보기, 더블보기,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덕분에 셰플러는 6타 차로 여유 있게 우승으로 향할 수 있었다.
셰플러는 그린 마일에서 강했다.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을 파로 막았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티샷이 러프에 빠져 레이업을 한 뒤 123m 거리에서 친 3번째 샷을 핀 2m 거리에 붙였다. 파 퍼트를 놓치긴 했지만 우승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셰플러는 경기를 마친 뒤 “이 대회 후반 9개 홀은 제가 오랫동안 기억할 후반 9홀이 될 것”이라며 “힘든 우승이었다. 전반에 한때 4, 5타 차 선두였던 것 같은데 전반을 마치고는 공동 선두로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후반 홀에서 버디가 가장 필요할 때 이를 해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셰플러 스스로도 감격스러운 듯했다. 셰플러는 마지막 그린으로 향하면서, 또 그린에서 자신의 퍼트를 기다리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에는 눈물을 닦은 뒤 두 팔을 들어올렸고 들고 있던 모자를 잔디에 패대기치는 등 보기 드물게 감정을 표출했다.
![]() |
존 람(사진=AFPBBNews) |
람도 결국 이날 2타를 잃고 공동 8위(4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람은 “마지막 3개 홀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번주에도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이 훨씬 더 많다. 이를 통해 배우고 US오픈에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주 전 한국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셰플러를 2타 차로 쫓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적어내고 공동 2위(6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디섐보는 “당황스럽다. 이번주에 뜻대로 경기가 되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드라이브 샷을 하고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퍼트 브레이크를 잘못 읽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드라이버 난조 때문에 공동 47위(3오버파 287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매킬로이의 드라이버가 대회 직전 주관사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매킬로이가 예비 드라이버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매킬로이는 나흘 내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거부했다.
![]() |
로리 매킬로이(사진=AFPBBNews) |
대회 2라운드에서 메이저 대회 최장 기간 홀인원(252야드)을 기록하는 등 화제만발이었던 김시우는 마지막 날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6개를 범해 2타를 잃고 공동 8위(4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김시우의 메이저 대회 첫 ‘톱10’이다. 또 김시우는 내년 PGA 챔피언십 출전까지 예약했다.
김주형과 안병훈은 최하위권인 71위(9오버파 293타), 74위(13오버파 297타)에 그쳤다.
![]() |
김시우(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