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슈퍼카 사적 사용 19개 법인 세무조사
슈퍼카 90대 소유…탈루혐의 액수 총 3000억원
법인 자금, 통행세 거래·룸살롱 사용 등도 적발
국세청 “사주 일가·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
#1 제조업체 A사는 시세가 3억원이 넘는 고가의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수입차만 총 45대 보유한 회사다. 슈퍼카 6대만 해도 36억원 상당이다. A사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가지고 있지만, 직원 급여는 몇 년째 동결했다. 회사의 수혜는 사주인 B씨가 독점했다. B씨는 재력 과시용으로 법인자금을 이용해 슈퍼카 등을 사들인 것이다. 이를 업무와는 무관한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했다.
특히 B씨는 고급 룸살롱에 여러 차례 드나들며 회삿돈으로 유흥비 약 15억원을 썼고, 정당한 사유가 없이 급여 약 60억원을 과다 수취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법인이 가상자산 채굴기를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00억원을 무상으로 대여하기도 했다. 또 사주 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신고 의무를 따르지 않았다.
#2 건축 관련 제조·판매 법인을 운영 중인 C씨는 회삿돈 약 6억원을 들여 슈퍼카 3대를 사들였다. C씨는 자녀도 이 차량을 사용하게 하려고 자녀가 지배하는 다른 법인에 이 차량을 싼값에 넘겼다. 자녀는 일하지도 않고 가공 급여 2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C씨의 자녀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다른 업체와 거래 사이에 자녀 회사를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로 약 10억원을 나눠줬다. C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회삿돈 약 10억원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회삿돈으로 사들인 수억원대 슈퍼카를 몰고 다니는 업체의 사주들을 점검한 결과, 법인자금 유용 등의 탈세 혐의가 여럿 포착됐다. 지난 5년간 법인 차량 사적 사용을 정밀 분석해본 국세청은 19개 업체를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탈루 혐의 액수는 총 3000억원 규모다. 이들 업체는 고가 슈퍼카 90대(총 300억원 상당)를 법인 명의로 소유하며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점검은 다른 탈세까지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단초가 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고가 법인차량을 이용한 변칙적 탈세행위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기록부 작성을 의무화했고, 2024년부터는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최근에 다시 ‘연두색 번호판’이 진정한 부의 상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법인의 고가 차량 구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법인 승용차 신규등록 현황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 수는 2022년 4만8894대에서 2023년 5만1542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2024년 3만3960대로 확 낮아졌다. 그러나 2025년에 3만9429대로 다시 4만대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한 기업 리뷰 게시판에 “직원들은 알바와 비슷한 최저임금에 수년째 연봉 동결, 대표는 법카로 명품을 두르고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돈자랑”이라는 글로 인해 촉발됐다. 사실상 K자형 양극화 기업이었던 셈이다.임광현 국세청장도 최근 고가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탈세 행위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법인 자금 유용은 앞선 사례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뷰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3대(총 7억원 상당)를 리스해 배우자가 몰고 다니도록 했다가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D씨 일가는 골프장에서 고급 호텔, 상품권 구입에 이르는 호화·사치 생활에 법인카드로 약 10억원을 결제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E씨도 유학 중인 자녀의 귀국에 맞춰 회삿돈 3억원을 들여 사들인 슈퍼카를 몰게 했다가 국세청의 탈세 조사 대상이 됐다. 과거에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함께 매입할 때 약 50억원을 미성년자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점도 적발됐다. 아울러 E씨의 회사가 해외 체류자를 한국에서 근무한 것처럼 위장해 인건비 약 5억원을 부풀린 점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일시 보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기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당한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증빙을 조작하는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안 국장은 “연두색 번호판 도입 초기에는 낙인 효과를 회피하기 위해 8000만원 이상 차량의 가액을 낮춰 다운 계약서를 쓰는 탈루 행태가 나타났지만, 이제는 한층 더 수법이 진화했다”며 “일부는 슈퍼카를 타고 명품쇼핑을 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콘텐츠를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시하면서, 팔로워 수를 늘리고 광고·협찬 수익까지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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