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산다더니 다시 세 놨다”…손해배상 가능할까 [집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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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와 주거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 모습.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다시 임대하는 사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사와 주거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 모습.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다시 임대하는 사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전세 시장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한 뒤 다시 임대하거나 매도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A 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가족이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 재계약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급하게 다른 집을 구해 이사했지만, 몇 달 뒤 해당 주택이 더 높은 보증금 조건으로 다시 임대된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처음부터 실거주 목적이 아니었던 것 아니냐”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 “실제로 안 들어왔다”만으론 부족…법원은 ‘실거주 의사’ 본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할 목적이라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후 실제 사용 형태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절한 뒤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사실이 확인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원은 단순히 실제 입주 여부만 보지 않는다. 당시 임대인에게 실제 거주 의사가 있었는지를 함께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류원용 변호사(류원용 법률사무소)는 “법원은 임대인의 기존 주거 상황, 가족의 직장·학교 위치, 실제 이사 준비 여부, 계약갱신 거절 전후 언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실거주 의사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대법원은 2023년 12월 선고한 판결(2022다279795)에서, 임대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그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봤다. 또 임대인이 단순히 “살겠다”고 말한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존 주거 상황, 가족의 직장·학교, 이사 준비 여부, 갱신 거절 전후의 언동 등 실제 거주 의사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다시 임대뿐 아니라 ‘매도’도 손해배상 분쟁 가능

실무에서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다시 임대하는 사례가 자주 문제된다.

류 변호사는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임대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약 한 달 반 만에 보증금을 4억5000만 원 올려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단순 재임대뿐 아니라 매도 역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주택을 매도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는 갱신 거절이었다면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 손해배상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오해도 적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손해배상액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다. 통상 ‘환산월차임 3개월분’과 ‘새 임대로 얻은 차액의 2년분’ 가운데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류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임차인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법에 정해진 기준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비나 중개보수 등이 모두 별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경우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임대인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책임을 제한하기도 한다.

실제 수원지방법원은 남편의 암 수술 이후 건강 문제로 계획했던 실거주가 어려워진 사례에서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류 변호사는 “임대인의 면책이 폭넓게 인정되면 계약갱신요구권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퇴거 뒤 다시 임대됐나 확인 필요”

임차인 입장에서는 퇴거 이후에도 해당 주택 상황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류 변호사는 “퇴거한 주택이 다시 임대 매물이나 매매 물건으로 나오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자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실거주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제 입주 여부뿐 아니라 갱신 거절 당시 사정과 이후 사용 형태까지 함께 살피는 경향이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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