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진로 관심 넘어 ‘교과 학업 역량’ 담아야
고1·2 활동 연계해 탐구활동 심화하는 게 핵심
“진로 맞춰 탐구활동 열심히 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며 고등학교 3년 내내 진로 관련 활동을 빠짐없이 챙긴 한 수험생은 지난 입시에서 최종 불합격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로 연계에 충실했던 ‘모범적’ 생기부가 왜 선택받지 못했을까.
학교별 중간고사가 마무리된 지금은 학생부 기록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수 있는 시기다. 대학은 생기부를 통해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그 성과는 무엇이었는지를 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탐구활동이 어떤 계기로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행평가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핵심 자료다. 이를 통해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함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과 성장을 담아낼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 진로 연계’에 그치지 않고, 수업 참여도와 교과 성취를 함께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동국대학교가 발간한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사례는 학생의 관심 분야는 드러나지만, 수학Ⅰ과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발휘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수학Ⅰ: 미국의 교육 철학자 존 듀이 교육 철학인 경험과 도구주의적 관점을 중심으로 현대 수학 교육을 바라보았고, 그 관점을 중심으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정말 실생활에 쓰이지 않는지에 관하여 조사하였으며, 조사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수학이 적용되어 쓰인다는 결론을 내림. 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수학이 실생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있는 문제만 풀기보다는 직접 지식들을 활용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면, 실생활에 연계하기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수업 내용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장기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적어질 것이라는 결론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발표함.>
관심 주제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정작 해당 교과에서 어떤 탐구역량과 학업 성취를 보였는지는 드러나지 않는 사례다. 대학이 원하는 ‘일등 생기부’는 계획된 진로 활동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 수업에서 출발한 호기심을 자신만의 언어로 탐색하고, 학문적 성취를 통해 이를 일관성 있게 확장시켜 나간 흔적. 바로 그 ‘한 줄’이 중요한 것이다.
합격생들의 생기부에는 ‘교과에서의 구체적인 탐구 과정과 성과’가 녹아 있다. 아래는 동국대 가이드북에 소개된 사례다. 이 학생은 2학년 때 천연항생제의 효능에 관심을 갖고, 문헌 탐색과 반복 실험을 통해 활동을 심화시켰다. 평가자가 진정성과 학문적 성장 과정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사례다.
<작년부터 이어온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확장된 관심으로 이전 실험에 그치지 않고 천연항생제의 유효성과 합성상생제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탐구 호기심이 강한 학생임. 자신이 생각한 완벽한 실험을 위해 6차례의 시료선정과 실험과정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모습에서 확고한 탐구의지를 엿볼 수 있었음. ‘생약학’ 도서를 참고해 생약이 활성성분간의 상호 작용을 중요시하는 특징에 초점을 두어 복합성분으로 유효성 높은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천연항생제 실험을 주도적으로 설계, 실행함.>
경희대 가이드북에 소개된 아래 예시는 영어 수업 참여를 바탕으로 멘토 활동까지 확장한 사례다. 이 학생은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꾸준한 학습과 질문, 필기를 바탕으로 ‘영어 멘토’로 선정됐다. 세특에는 학업 역량은 물론 공동체 기여도 함께 담겼다.
<영어: 영어 실력 향상에 대한 열정이 높아 수업 내용을 시간 내에 모두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고 부족한 부분을 필기하며 성실하게 수업에 임함. 실력과 노력하는 자세를 인정받아 영어 멘토로 선정되어 고난도의 지문을 학우들에게 설명하고 시험 출제 패턴을 분석하고 변형 가능한 문제들을 제시하여 설명함. 조용한 성격임에도 적극적으로 주요 어휘를 설명하고 상세하게 구문 분석을 하며 멘토링하는 모습으로 학우들의 큰 호응을 얻음.>
우연철 소장은 “중간고사가 끝난 요즘은 학생들이 해이해지기 쉬운 시기지만, 본격적인 기말 준비 전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점검하고 활동을 설계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학교에 따라 예정된 수행평가를 미리 파악하고 선생님이나 선배를 통해 정보를 확보해 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